[뜨거워지는 지구 20선]<1>너무 더운 지구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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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 기른 것이라고 해도 육류가 기후에 나쁘다는 사실은 고스란히 남는다. 그것은 여러분이 먹는 쇠꼬리 수프 위로 날아다니며 양심을 일깨우는 또 한 마리의 파리와 같다. 건강이나 동물의 권리를 생각해서 오래전에 육식을 끊은 사람이라면 동시에 배출량까지 줄여 왔다고 자축해도 좋다.”》

철 따라 분위기 잡는 계절의 낭만도 요즘엔 옛이야기가 되어 간다. ‘너무 더운 지구’의 계절, 여름을 빼곤 모든 계절의 농도가 급격히 엷어짐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이젠 겨울이 와도 빨간 내복을 꺼내 입지 않는 건 꼭 볼썽사나워서가 아니다. 그냥 겨울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편안한 일상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는지에 대해서는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 지구 환경이 위태롭다는 얘기는 이곳저곳에서 듣는다. 하지만 듣기 거북한 ‘불편한 진실’이기에 귀담아듣지 않는다.

‘너무 더운 지구’(바다출판사)는 이런 불편한 진실에 대한 고발서다. 불편하지만 분명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그 때문에 북극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올라간다. 히말라야와 안데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급격히 녹아내린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어슬렁거리는 눈 덮인 산기슭”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결코 감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해발고도가 5m도 안 되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이대로 온난화가 지속되면 수년 내로 바다에 잠긴다. 다른 대륙 역시 지구 온난화로 인해 환경 재앙과 난민 문제라는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게 거대담론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무관심하거나 자포자기한 문제인 지구 온난화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과거 환경운동은 일상에서 출발하지 않고 거대담론으로 치우쳤다. 그러나 환경은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삶의 문제다. 그 ‘생각의 전환’이 얼마나 지구에 소중한지 책은 넌지시 일깨운다.

예를 들어 책 속에 등장하는 ‘자선기부증’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보통 물건보다 기후변화 가격표가 훨씬 싼 것들을 삼으로써 환경에 필요 없는 물건을 더 구입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3만 개 이상의 ‘염소선물’(염소가 그려진 크리스마스카드)을 팔았다. 이 카드의 판매 대금은 개발도상국 3만 명에게 환경 의료지원을 하는 데 쓰인다.”

‘너무 더운 지구’의 주인공은 환경 영웅이 아니다. 미국의 전형적 중산층 가정인 카본 씨 가족이다. 책은 그들을 통해 그저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 어떻게 지구 온난화를 막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것이 지구환경을 지키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알려 준다. 여기에 과학자다운 저자의 다양한 통계가 객관성과 구체성을 가져다 준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환경 문제를 무슨 성역 대하듯 추앙할 필요도 없다. 지구를 구하는 독수리 5형제는 안 되어도 좋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만 바꿔 보자. 실천에 대한 생각의 스위치를 바꿀 때, 생명을 위협하는 지구 온난화 역시 한 걸음 늦출 수 있다.

유영초 풀빛문화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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