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파리의 선율, 가을을 적신다… 파리오케스트라 내한공연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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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오즈 스트라빈스키 라벨… 가장 프랑스적인 음악 선사

‘음화(音畵)’ 또는 ‘화음(畵音)’.

프랑스의 교향악은 ‘음의 팔레트’ 위에 그려진 그림이다. 독일 음악은 인간 감정의 극단까지 파고든다. 무겁고 심오하다. 반면 프랑스 음악에서는 빛과 색채가 가득하다. 섬세하고 몽환적이다. 목관악기의 관능적인 선율과 폭포수처럼 흩어지는 금관악기의 생동감은 프랑스 음악 특유의 향취를 전한다.

베를리오즈, 비제, 불레, 메시앙, 드뷔시, 라벨, 생상스…. 프랑스의 음악을 대표하는 음악가들은 대부분 파리음악원 출신이다. 이 음악원은 1795년 유럽 최초로 세워진 음악 교육 기관이다. 1828년 창단된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는 100년이 넘도록 프랑스 음악계를 이끌어 왔다.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는 1967년 당시 문화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 때 파리 오케스트라로 개편돼 재창단됐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파리 오케스트라가 23년 만에 내한 공연을 마련한다. 1967년 재창단된 이래 파리 오케스트라는 샤를 뮌슈, 헤르베르트 폰 카랴안, 게오르크 졸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당대 거장의 조련을 거치며 유럽의 대표적인 악단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피아니스트 출신인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음악감독 겸 지휘를 맡고 있다. 에셴바흐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함께 11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12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다.

5월 서울 예술의 전당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지휘자 정명훈은 드라마틱한 해석으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연주해 베를리오즈 붐을 일으켰다. 이 곡을 초연한 파리 오케스트라의 내한은 국내 팬들에게 두 악단의 연주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다.

‘환상교향곡’은 파리 오케스트라의 전신인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가 1830년 초연했다. 또 1967년 파리 오케스트라와 샤를 민슈가 녹음한 ‘환상교향곡’은 명반으로 꼽힐 정도로 이 악단의 대표곡이다.

‘환상교향곡’은 사랑과 열정, 아편 자살과 살인, 처형과 심판 등을 표현한 작품. 베를리오즈는 4대의 팀파니, 2대의 튜바와 하프 등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천재적인 관현악법을 구사했다. 에셴바흐는 “1830년 초연 당시 사용했던 종을 한국 공연에 가져갈 것”이라고 말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도 눈길을 끈다. 러시아 출신의 스트라빈스키는 파리에서 발레곡 ‘불새’ ‘페트루시카’ ‘봄의 제전’을 초연해 성공을 거둔 작곡가다. 음악평론가 유형종 씨는 “스트라빈스키는 프랑스 청중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음악을 작곡한 러시아인”이라고 평했다.

첼리스트 양성원 씨는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을 협연한다. 파리음악원 출신인 양 씨는 “파리 오케스트라 정기 공연이 열리면 음악원 학생들한테 주는 표를 구하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은 오케스트라와 첼로가 대등하게 화음을 주고받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 공연 정보

△11일 오후 7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 3만∼20만 원. 1577-7766

△1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라벨 ‘라 발스’ ‘어미거위’ ‘볼레로’,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스트라빈스키 ‘불새’. 3만∼23만 원. 02-6303-1919, 02-2020-162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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