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되는 공연’의 비결…‘전석매진’

  • 입력 2007년 10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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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매진/필립 코틀러, 조앤 셰프 지음·용호성 옮김/920쪽·3만7000원·김영사

원제는 ‘Standing Room Only’로 서서 보는 자리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 식대로 하면 ‘매진사례’쯤 된다. ‘매진사례’는 문화예술공연 기획자의 꿈이다. 공연 개막 며칠을 앞두고 예매 추이를 분 단위로 확인하며 애태우는 기획자를 곁에서 보면 함께 침이 마른다.

이 책은 국내 문화계에서 최근 각광받는 예술경영의 이론과 실제 사례를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가 ‘현대 마케팅의 대부’로 알려진 경영학자여서 경영학이 개발해 낸 다양한 마케팅 이론을 공연 예술 현장에 접목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국내에서 예술경영 현장에 있는 이들이라면 꼭 지니고 있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공연예술의 위기를 지속적으로 늘어 가는 고정비용, 위험 수준에 이르는 적자, 외부 지원금의 축소, 관객의 정체 등으로 진단한다. 미국에선 400개 넘는 지역극단 중 절반 이상이 적자로 운영되고 있으며 극단들은 끊임없이 외부 지원금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러한 위기에 대해 저자는 전략적 마케팅 기획, 공연예술시장에 대한 분석, 산업구조 분석과 잠재적 협력 대상, PR 전략, 재원 확보, 수익률 관리 등 경영이론의 분석틀로 현장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놓는다. 이 분석틀은 일반 MBA 과정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경영 분석틀마다 제시한 미국 공연기획자들의 사례는 국내 공연업계에도 ‘영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거스리 극장은 고품위 클래식만 공연해 오다가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 실험적인 연극과 엔터테인먼트 쇼를 시도했으나 관객이 줄었다. 이 극장은 오랜 고민 끝에 클래식 극장으로 복귀했고 관객은 다시 늘어났다. 극장의 정체성을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훈이다.

제품(공연) 포지셔닝과 관련된 사례도 있다. 애틀랜타발레단은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제품의 ‘포지셔닝’을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설정했다. 거스리 극장처럼 발레와 다른 엉뚱한 쇼를 한 게 아니라, 절충적인 레퍼토리로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발레를 선보였다. 티켓 판매는 두 배로 늘어났다.

옮긴이는 문화관광부 문화예술교육과장을 거쳐 현재 미국 컬럼비아대 예술교육연구센터에서 초빙연구원으로 연수 중이다. 음악전문지에 평론을 기고할 만큼 문화 예술에 대한 애정과 지식도 깊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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