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정당화 넘어 여론왜곡 가능성”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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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22일 한국정책방송(KTV), 국회방송, 방송대학TV(OUN), 아리랑TV 등 4개 채널만 보도 기능을 허락해 준 것에 대해 국공영 매체 육성이라는 비판과 함께 형평성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KTV는 국정홍보처 산하 영상홍보원이 80억 원의 국고를 지원하며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채널이다. 국회방송은 국회사무처가, OUN은 한국방송통신대 등 국가기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아리랑TV는 방송발전기금에서 지원받아 운영되며 문화관광부 장관이 사장을 임명한다. 방송법에선 아리랑TV 외에 3개 채널을 공공 채널로 정해 케이블TV나 위성방송에서 의무적으로 방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나 공공기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채널에 보도 기능까지 허락해 주는 것은 정책 정당화나 홍보를 뛰어넘어 국공영 매체를 통한 여론 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현재 케이블TV 등의 보도 전문채널인 YTN이나 MBN은 3년마다 재승인을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하거나 선정적 방송을 한 경우엔 승인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KTV 등 4개 채널처럼 부수적으로 보도 기능을 맡은 경우엔 재승인 등의 절차가 전혀 없어 방송위가 통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방송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3차례에 걸쳐 위원들끼리 고성이 오가는 격론을 펼쳤으나 친정부 성향의 위원이 많은 방송위의 구조상 이 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위 관계자는 “KTV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방송이지만 이미 태어났기 때문에 공공적인 성격을 인정해 보도 기능을 허락해 준 것”이라고 토로했다.

선진국에선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 정책의 홍보를 뛰어넘어 보도 비판 기능을 하는 매체를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유일상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은 “국공영 매체만 보도 채널을 허용하고 민간 채널은 못하게 하는 것은 관과 민을 차별하는 일제강점기 같은 발상”이라며 “이번 조치는 국공영 매체를 통해 정부 선전을 위해서 방송을 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같은 조치는 일반 채널에서 보면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MBN과 비슷한 경제 관련 채널이면서도 보도 채널이 아닌 한경와우TV의 경우 부수적인 보도 편성도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해 왔다. 또 지상파 방송인 EBS는 보도 기능을 갖지 못한 반면, 비슷한 성격의 OUN이 보도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방송위는 일반 채널의 경우 해당 전문 분야의 단순한 정보 전달은 허용해 줄 방침이다. 하지만 정보 전달과 보도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위는 11월 중순 ‘보도 프로그램 편성 판정위원회’를 만들어 일반 채널이 정보 전달을 뛰어넘어 보도를 하는지 감시할 예정이지만 방송위 자체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일반 채널이 보도 기능을 가져야 하는지는 언론 자유 침해 측면, 산업적 측면 등을 두루 고려했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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