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우주와 속삭였던 지구호 스타과학자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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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외계생명체에 대한 꿈을 지구인들에게 안겨준 칼 세이건. 1950년대 이후 그는 미국 우주프로그램을 주도했다. 사진 제공 동녘사이언스
우주와 외계생명체에 대한 꿈을 지구인들에게 안겨준 칼 세이건. 1950년대 이후 그는 미국 우주프로그램을 주도했다. 사진 제공 동녘사이언스
◇칼 세이건/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안인희 옮김/765쪽·2만2000원·동녘사이언스

부제가 ‘코스모스를 향한 열정’이다. 칼 세이건은 평생 우주 생명체와의 대화를 시도했고 그 희망을 인류에게 펼쳐 보인 과학자이자 저술가. 그의 저술은 천문과학과 인문학과 우주학과 생물학을 토대로 한 데다 소설처럼 감동이 있고 극적이다. ‘코스모스’가 그렇고 ‘콘택트’가 그렇다.

이 책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논픽션 작가가 쓴 세이건의 전기. 세이건의 글만큼이나 읽기 쉽고 전개도 빠르다. 어릴 적 이야기를 비롯해 저서인 ‘코스모스’ ‘혜성’에 얽힌 일화, 지구외문명탐사계획(SETI)과 세 번의 결혼 생활 등에 대해 마치 곁에서 본 듯 생생한 필치로 소개한다.

어릴 적 세이건은 큰일을 낼 만한 아이로 손꼽혔다. 그가 나온 라웨이고교 교지에는 ‘세이건의 주요 목적은 천문학 연구이니/우수한 학생인 그대는 명성을 얻으리’라는 2행시가 있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정신 나간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세이건의 특징은 ‘목적의 분명함’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외계 생명체를 찾겠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여덟 살 때 ‘다른 행성의 생명체’라는 개념을 알았고 아홉 살에는 ‘화성의 체스 말들’ 등 공상과학소설에 매료됐다. 이후 세이건은 외계 생명체를 연구하는 외계생물학을 자신의 운명적 과제로 여겼다.

세이건을 우주과학 대중화의 스타로 만든 TV 시리즈 ‘코스모스’는 1980년 9월 처음 방영된 이래 신드롬을 낳았다. 아마추어 천문학 모임 회원들은 세이건처럼 옷을 입기 시작했고 그의 이름을 딴 애완동물이 급증했다.

‘코스모스’ 이후 코넬대 학생들은 최고 300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세이건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코넬대 신문은 ‘나는 칼 세이건을 건드렸다’는 콘테스트를 벌였는데 ‘세이건 박사와 진짜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이는 세이건이 그레타 가르보만큼 접근하기 힘들다는 것을 비꼬는 광고였다.

자유주의자인 세이건은 또 미국과 소련의 핵무장에 반대했고 ‘사이언스’에 발표한 ‘핵전쟁 이후 장기적인 생물학적 결과’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핵전쟁 이후) 호모사피엔스의 멸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세이건은 1996년 12월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듬해 7월 영화 ‘콘택트’가 개봉했고,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가 화성에 착륙해 그곳의 하늘과 모래언덕을 생생히 지구에 전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 탐사선에 ‘세이건 기념 정거장’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책은 세이건의 일생과 더불어 당대의 우주과학 발전사를 함께 일별할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세이건의 천재성과 위대함을 부각하기보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희망을 의심하지 않았던 개척자의 크고 작은 일화를 담담히 정리해 놓은 솜씨가 매끄럽다. 원제 ‘Carl Sagan’(1999년).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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