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小國 한국’에 쓴소리, 허튼소리… ‘한국쾌담’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코멘트
◇ 한국쾌담/쿵칭둥 지음·김태성 옮김288쪽·1만 원·올림

종종 외국인이 쓴 한국 비판이 책으로 나온다. ‘독설’이 담긴 책이 화제가 된다. 새겨들을 부분이 없지 않다. 외부에서 바라본 시선이 더 정확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독설은 불편하다. 이 책은 역자 서문으로 방패막이를 했다. “쓴소리에 발끈하면 아량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 이 책은 쓰리지만 고개를 끄덕일 만한 얘기가 많다.

저자의 이력이 이채롭다. 공자의 73대 직계 후손이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가장 우수한 교수로 뽑혔지만 인민대표대회 회의장에서 “마구 의견을 피력했다가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맞아야 했다”. 그런 그가 2000∼2001년 이화여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을 경험했다.

그가 보기에 국제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며 상대팀이 이겼을 때 경멸의 눈빛을 보내는 한국인의 행위는 지나친 애국심의 발로다. 그가 대학생들에게 1년에 책을 얼마나 읽는지 물었더니 어떤 학생이 물건을 흥정하는 듯한 어투로 만화책이나 패션잡지도 포함되는지 묻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고 말한다. 칭찬에 너그럽고 비판에 인색한 것은 한국인이 원래 소인배가 아니라 억압과 항쟁으로 얼룩진 한국 근현대사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민주화 이후 민주정부가 정의를 독점하며 ‘다른 생각’을 억압했으니 이제 극단주의에서 벗어나 건강한 중도가 필요하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 책 곳곳에 중국은 대국, 한국은 소국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다. 너무 엉뚱해서, 독설보다 조악한 편견 같은 주장이 지뢰처럼 밟힌다.

“한국은 원래 소국이기 때문에 구태여 중국이나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같은 큰 나라같이 진중할 필요 없다”든가, 한성을 서우얼(首爾)로 바꾼 것이 불필요한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Korea’도 ‘커리야(喀利亞)’로 개칭해 한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 것을 건의한다”는 엉뚱한 얘기도 내놓는다.

한국 음식은 주방에서 몰래 식재료를 훔쳐다가 음식을 해먹기 위해 준비해 놓은 것처럼 형편없다든지, 자신이 한국인이라면 중국 음식을 보고 “중국 사람들을 봐! 저게 사람이 사는 모습이지”라고 감탄할 것이라는 말 등은 상대의 문화를 존중하는 미덕을 포기해 버렸다.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에서 출간된 책 내용 중 한국인에게 불필요한 내용과 심한 표현은 걸러냈다”고 말했다. 더 많이 걸러내야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