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직접 나서서 외치고 행동해보라…‘직접행동’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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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행동/에이프릴 카터 지음·조효제 옮김/600쪽·2만9000원·교양인

“호주 환경운동가들은 벌목을 막으려 나무에 자기 몸을 묶는다. 프랑스 농부들은 유전자 조작 식물을 뽑아버린다. 지난 몇십 년 사이 직접행동(Direct Action)은 대중의 일반적인 저항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직접행동은 거창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도덕적이거나 정치적 동기에서 공개적으로 저항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자기 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그럴 만한 지렛대가 없는 다수가 선택하는 대안적 민주방식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등에서 정치학 교수를 지냈던 저자는 직접행동을 ‘지구화 시대에 출현한 특징적 정치현상’이라며 현행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한계를 되짚는다. “직접행동은 일반시민이 느끼는 좌절감의 반응이자 민주적 자력화의 형태로 나타난다. 직접행동 민주주의는 대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촉진한다.”

저자가 직접행동을 거론하는 이유는 현 민주주의가 ‘결손(缺損·deficit)’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결손을 메우기 위해 사회적 약자들은 정당한 방식으로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접행동은 비폭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비폭력을 전제로 한 직접행동이 현 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를 초월한 금융자본이나 다국적 기업에 대응하려면 범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책은 노예제 폐지운동과 반전운동, 여성권리운동 등을 통해 직접행동의 성장을 살핀다. 저자는 특히 인도의 간디와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비폭력에 주목한다. 폭력 저항보다 비폭력 직접행동이 훨씬 더 효과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대중의 폭력적 저항은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대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직접행동을 단일 범주로 일반화하긴 어렵다. 직접행동이 때론 집단이기주의로 변질되거나 제3자에게 해를 끼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충실한 논거에도 불구하고 책은 그런 점에서 모호하다. 저자의 말처럼 “직접행동과 대의민주주의의 적절한 역할분담”이 현실에서 쉽게 실현되기 어려운 탓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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