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공연주관사 관리 태만 흔들리는 월드스타 꿈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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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가수 비(사진)의 ‘월드 투어’ 마지막 콘서트는 공연 시작 1시간을 남겨두고 전격 취소됐다. 그를 보러 온 관객들, 심지어 멀리 해외에서 날아온 팬들까지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홍콩 대만 일본 등 12개국 17개 도시에서 35회 공연으로 계획됐던 비의 월드투어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야심 차게 시작됐다. 마지막 종착지는 팝의 본고장 미국. 그러나 지난달 하와이(15일) 애틀랜타(19일) 뉴욕(23일) 샌프란시스코(27일) 일정에 이어 마지막 로스앤젤레스 공연까지 모두 취소돼 ‘용두사미’ 격이 됐다.

공연 취소 이유에 대해 한국의 월드 투어 주관사인 스타엠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금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타엠은 “미국 공연기획사인 ‘V2B 글로벌’이 현지 공연 제작업체와 스태프에게 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고 공연 당일 계약금으로 준 수표가 지급 거부돼 조명 스태프가 철수하는 등 공연 시작 1시간 반 전까지 무대 구조물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면서 V2B를 비난하기에 급급했다. 또 “현지 전기안전법과 소방법 때문에 국내에서 가져 온 전기 장비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을 공연 직전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주관사가 사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다. 350억 원이나 투입된 초대형 공연인 만큼 세부사항까지 철저히 챙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하청업체’만 믿고 있다가 공연 직전에 문제가 터졌고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스타엠은 “무대 기본 구조물이 없는 상황에서는 출연자, 관객의 안전 모두 보장할 수 없다”고 하지만 관객들에겐 때늦은 변명일 뿐이다. 공연 연출가 탁현민 씨는 “나라마다 공연장의 심사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세트를 직접 조달할 경우 무대 폭, 넓이에서 심지어 폭죽의 개수까지 사전에 체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지적했다.

비의 월드투어 취소 사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상하이, 캐나다 토론토 공연도 취소돼 팬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티켓 판매량 저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스타엠 관계자는 “로스앤젤레스 공연장 1만2000석 중 70% 이상이 팔렸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국제적 망신을 산 이번 사태로 피해는 고스란히 비의 몫이 됐다. 그의 팬은 1일 미국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레인 USA 토크’라는 제목의 음성 파일을 게시했다. 공연 취소 직후 비가 팬들에게 남긴 사죄의 말을 올린 것이다. “억울한 것은, (제가) 아무것도 결정지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라는 그의 힘없는 목소리에서는 월드스타의 꿈도, 한국 공연계의 청사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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