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슬픔’ 아쟁 우아한 캐논 변주

  • 입력 2007년 6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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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쟁 앙상블 아르코 리더 이문수씨(39). 전영한기자
아쟁 앙상블 아르코 리더 이문수씨(39). 전영한기자
“해금은 냉면의 겨자처럼 매콤한 소리라면, 아쟁의 소리는 땅을 치며 통곡하는 흐느낌입니다.”(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국악기 중 해금과 아쟁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둘다 활로 줄을 마찰해서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금이 높고 깐깐한 소리를 낸다면, 아쟁은 서양의 첼로처럼 흐느끼는 중저음을 내는 악기다.

정수년, 강은일, 김애라, 꽃별…. 최근 몇 년간 창작 국악계에는 해금 열풍이 거세 스타도 여럿 출연했다. 그러나 처연한 음색과 슬픈 분위기의 아쟁은 대중화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KBS국악관현악단 수석 연주자이자 아쟁 앙상블 아르코(ARCO)의 리더인 이문수 씨(39)가 첫 크로스오버 아쟁음반 ‘공유’(KBEAT뮤직)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쟁의 소리를 ‘찬란한 슬픔’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화창한 봄날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 한없이 슬퍼지는 듯한 느낌 있잖아요. 그런데 아쟁을 다양한 서양악기와 함께 연주해보니 전혀 색다른 분위기가 나오더군요.”


♪~ 이문수씨 캐논 변주

아쟁은 판소리 창극을 할 때 사람 목소리를 따라가는 멜로디를 반주하는 ‘지지리 궁상’ 사운드가 매력이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이 씨는 타이틀 곡 ‘공유’에서 삶의 여유와 농밀한 감성이 묻어나는 새로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또한 다채로운 현악기가 등장하는 ‘A Funny String’,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 씨의 반주와 이 씨의 걸죽한 구음(口音)이 어우러지는 ‘뱃노래’ 등은 양악기와 부드럽게 호흡하는 아쟁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대아쟁 2대와 소아쟁 1대로 연주되는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은 정말 독특하다. 낮게 깔리는 대아쟁의 저음 위로 소아쟁의 자유로운 농현(弄絃, 줄을 눌러 음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주법)은 국악고유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캐논 변주곡이 탄생했다.

이 씨는 “20년 동안 아쟁 산조를 연주해왔지만 국악이 국악하는 사람의 전유물이 돼선 안된다고 생각해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게 됐다”며 “사람들이라는 아쟁이라는 악기를 통해 울수도, 웃을 수도, 즐길 수도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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