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하게 새겨진 군번…수통은 주인을 알고 있었다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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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13일 강원 홍천군 내촌면 광암리 일대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을 하던 중 유해와 함께 발견한 군번이 새겨진 수통. 사진 제공 국방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13일 강원 홍천군 내촌면 광암리 일대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을 하던 중 유해와 함께 발견한 군번이 새겨진 수통. 사진 제공 국방부
6·25전쟁 때 전사한 국군 병사의 유해가 56년 만에 유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14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강원 홍천군 내촌면 광암리 일대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을 하던 중 유해와 함께 군번이 새겨진 수통이 13일 발굴됐다.

유해발굴감식단은 병적(兵籍) 조사를 통해 수통의 주인이 6·25전쟁 때 전사한 민태식 일병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민 일병은 1950년 12월 입대해 국군 5사단 27연대 소속으로 참전했다가 1951년 4월 전사한 것으로 국방부는 파악하고 있다.

민 일병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굴된 곳은 1951년 중공군의 ‘4월 대공세’에 맞서 국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여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곳이다. 유해의 주인공도 중공군의 공세를 저지하다 산화한 것으로 보인다.

발굴 현장에서 유해와 함께 발견된 수통의 표면에서는 끝이 날카로운 물체로 새긴 ‘0167621’이라는 군번이 선명하게 확인됐다. 유해의 주인공이 생전에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면서 전사할 경우에 대비해 수통에 군번을 직접 새긴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또 유해의 주인공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M1 소총의 탄창과 군복을 입을 때 사용한 버클과 똑딱단추, 군화 등의 유품도 다수 발견됐다.

유해발굴감식단장인 박신한 대령은 “15일 유족이 참석한 가운데 정식으로 발굴행사를 가진 뒤 유전자(DNA) 비교 검사를 통해 신원을 최종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부모와 형제 등 직계가족은 모두 사망하고 유가족으로는 조카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해 11월에도 홍천 지역에서 유해와 함께 발굴된 수통에 새겨진 한자 이름을 토대로 전사자가 장복동 일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한편 국방부는 6·25전쟁 전사자에 대한 체계적인 유해 발굴을 위해 한반도 전역에 걸쳐 국군 유해의 매장 추정지를 분석한 지도를 제작해 다음 달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500여 쪽 분량의 이 지도에는 국군 유해의 매장 추정지와 6·25전쟁 당시 전투지역 등 관련 정보가 담긴다. 국방부는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배포돼 유해 매장 추정지를 보호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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