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15>德音莫違

  • 입력 2007년 6월 1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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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오면서 들은 수많은 말 중에는 당시에는 무심히 흘렸으나 나중에 돌이켜 보면 좋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많다. 부모님 말씀이 그렇고, 스승님 말씀이 그렇지만 지나가다가 들은 타인의 무심한 한마디가 나의 삶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일이 적지 않다.

傾聽(경청)이라는 말은 그래서 중요하다. 傾은 기울이다는 뜻이므로 傾聽은 귀를 기울여 듣다라는 뜻이 된다. 항상 배우려는 자세,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지 않으면 타인의 의견을 傾聽하기는 쉽지 않다. 듣는 것 같으면서도 마음으로는 이미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말을 다 들을 수는 없다. 어떤 말을 꼭 들어야 할까?

德音莫違(덕음막위)라는 말이 있다. 德은 말 그대로 덕, 덕스러운 행위, 덕스럽다, 은혜, 은혜롭다는 뜻이다. 德人은 덕이 많은 사람, 덕스러운 사람이며, 大德은 덕이 큰 사람이라는 말이다. 音은 소리, 말이라는 뜻이다. 音樂(음악)은 소리의 즐거움 혹은 소리를 즐김이라는 뜻이다. 莫은 없다, 해서는 안 된다라는 뜻이다. 莫無可奈(막무가내)는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없고도 없다는 말이다. 可는 할 수 있다는 뜻이고, 奈는 어찌하다이며, 莫無는 없고도 없다이다. 違는 어기다라는 뜻이다. 違反(위반)은 어기고 반대로 하다라는 말이고, 違背(위배)는 어기고 등을 돌리다라는 말이다. 背는 등, 등지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德音莫違는 좋은 말은 어기지 않아야 한다, 즉 좋은 말은 들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좋은 말은 때에 따라 귀에 거슬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를 위하여 좋은 말은 들어야 하고, 내가 책임진 조직이 있다면 조직을 위하여 또한 좋은 말은 들어야 한다. 겸손하고 자신 있는 사람만이 傾聽하는 자세를 갖는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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