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남는 게 시간이다, 맘놓고 써라

  • 입력 2007년 6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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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놀라운 발견/슈테판 클라인 지음·유영미 옮김/288쪽·1만3000원·웅진지식하우스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 어떻게 하면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시간에 관한 책이 여럿 있지만 독일의 물리학자 겸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접근 방식이 좀 다르다. 뇌과학 심리학 생물학 물리학 등 다방면의 연구실험 결과를 넘나들며 시간에 대해 시종 흥미로운 얘기를 풀어 놓는다. 몸은 어떻게 시간을 느끼는지, 두뇌 속의 시간인식 메커니즘은 어떠한지, 왜 즐거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는지, 어떻게 하면 시간 부족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

글의 전개 방식도 흥미롭다. 뇌과학적인 시간을 논하다가 순식간에 시간 심리학의 세계로 넘어가 시간 활용법으로 뒤바뀌는 글쓰기 방식이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저자는 우선 인간의 몸 자체가 시계라고 강조한다. 신체를 구성하는 100조 개의 세포 각각엔 생체시계가 들어 있다고 한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분자생물학자들의 연구실험 결과다. 인간의 몸은 24시간 5분∼24시간 30분 주기로 하루를 감지한다. 이 주기는 평생 살아도 불과 몇 분밖에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난 것이다. 따라서 이런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신체 시계를 거역하지 말고 몸이 시키는 대로 시간을 쓰라고 강조한다.

마음이 불편하거나 놀랐을 때,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예기치 않은 놀람은 뇌를 흥분시켜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도록 하고 뇌 속의 정보가 많아지면 시간이 오래 흐른 것처럼 느끼게 된다. 또 사람이 긴장하게 되면 그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시간을 더 의식하게 되고 그로 인해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반면 즐거울 때는 그 경험에 정신을 뺏기고 그에 따라 시간에 무심해져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낯선 곳을 찾아갈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지만 돌아올 때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간이 부족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만 저자의 생각은 정반대다. 사람들은 시곗바늘이 어느 시간에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어떤 과제를 그때까지 끝내지 못했을 때 찾아올 결과를 두려워한다. 시간 부족이 아니라 결과의 공포가 스트레스를 가져온다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시간을 빈틈없이 쪼개 잘 투자하라”는 말은 애초부터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생각. 상황에 끌려 다니지 말고 상황을 주도하며 시간을 즐기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밀린 일을 처리할 여유를 고대하면서도 막상 한가해지면 일하지 않고 빈둥거린다. 이게 사람이다. 미리미리 준비를 해도 모든 일은 끝나야 할 때 비로소 끝난다. 시간은 결코 부족하지 않으니 적당히 빈둥거리고 적당히 벼락치기를 해도 좋다고 말한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다니! 저자의 견해는 이처럼 시종 역설적이다. 약간 알쏭달쏭하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역설이다. 시간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느낌이다. 원제 ‘ZEIT’(2006년).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시간의 문화사/앤서니 애브니 지음·최광열 옮김 576쪽·2만7000원·북로드

‘시간의 놀라운 발견’이 시간에 대해 현실적 실용적으로 접근했다면 이 책은 인류가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탐구해 왔는지에 대해 인류학적 역사적으로 접근했다. 저자는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인류학자. 서양과 중국 중남미(마야 잉카 아스테카 제국)의 시간에 대한 생각과 그 측정 방식의 특징을 면밀히 추적했다. 서양 달력의 이면에 담긴 종교적 정치적 갈등과 음모, 인간이 희생됨으로써 시간의 흐름이 유지된다고 믿었던 중남미인들의 이야기 등. 원제 ‘Empires of time’(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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