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vs 얼굴…김동유 ‘TheFace’ & 강형구 ‘TheGaze’

  • 입력 2007년 6월 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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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감상…‘응시’ 주제로 대형얼굴 극사실기법 표현

얼굴은 ‘드러냄’과 ‘감춤’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얼굴은 인생의 이력서이지만 비밀의 수장고이기도 하다. 특히 대중에게 낯익은 얼굴일수록 대중이 모르는 얼굴을 여럿 가지고 있다. 강형구(53) 김동유(42) 씨는 얼굴을 파고드는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들로 비슷한 시기에 전시를 연다. 강 씨는 5일∼8월 19일 아라리오 천안 갤러리(041-551-5100)에서, 김 씨는 30일까지 서울 사비나미술관(02-736-4371)에서 얼굴 작품을 내놓는다. 두 사람의 작품은 기법이나 이미지가 대조적이다. 강 씨는 극사실 기법으로 눈을 또렷하게 그린 대형 얼굴을, 김 씨는 작은 얼굴 1000여 개로 전혀 다른 인물을 만들어 낸다.

강 씨의 전시 타이틀은 ‘The Gaze: 응시’. 200호 크기의 대형 화면에 하나의 얼굴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득하게 들어차 있다. 앤디 워홀, 마리아 칼라스, 피카소, 고흐 등의 얼굴이다. 타이틀대로 작품 속 얼굴의 눈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관객을 응시한다. 작가는 “작품 속 얼굴이 관객을 보는 과정을 통해 그림이 완성된다”며 “우리 일상에서 얼굴을 똑바로 보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또 그 이유가 무엇인지 되새기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 속 얼굴은 크다. 솜털이나 피부 조직이 선명하게 보인다. 작가는 큰 화면을 통해서만 얼굴의 감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며 이를 확대의 신비라고 말한다. 강 씨는 화면에 바둑판처럼 선을 그어놓고 여러 달 동안 작업에 몰두한다. 이 전시에서 그는 20여 년간 작업해 온 초상화, 캐리커처, 조각상 등 60여 점을 선보인다.

나는 그다… 수많은 작은 얼굴 모아 다른 얼굴로

김동유 씨는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메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란 작품이 3억2300만 원의 낙찰가를 기록해 미술계를 놀라게 한 작가다. 얼핏 보면 마오쩌둥의 초상화인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1000여 개가 넘는 메릴린 먼로의 얼굴이 인쇄 사진의 망점처럼 빼곡하게 들어가 있다.

이런 방식은 김 씨만의 ‘아이디어’다. 수많은 작은 얼굴 그림으로 완전히 다른 ‘큰 얼굴’을 내놓는다. ‘The Face’라고 이름붙인 전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작은 얼굴로 김일성 주석을, 김 주석의 작은 얼굴로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그린 작품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김 주석이 되고, 김 주석이 박 전 대통령이 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우리 현대사에서 두 사람의 영향을 생각하면 웃음도 나온다. 다른 그림에는 오드리 헵번이 미소 짓고 있는데, 가까이 보면 그레고리 펙이 빼곡하다. 메릴린 먼로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도 같은 방식으로 그렸다.

김 씨는 “작품 속 주인공들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고인들”이라며 “이러한 인물 작업을 통해 삶의 덧없음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은 얼굴들을 모두 붓으로 그린다. 그런데도 아이디어나 개념을 앞세우는 현대 미술계에 우뚝 섰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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