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난시청 해소’에 쓴 돈 30여년간 수신료의 2%뿐

  • 입력 2007년 5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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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디지털 전환비용을 명분으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KBS는 현행 매달 2500원을 징수하는 수신료를 3500원 안팎으로 인상하며 6월 중 이사회에서 심의한 뒤 방송위원회에 제출해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 KBS가 받는 수신료는 2006년 5304억 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1000원이 인상될 경우 KBS 수신료는 연간 7400억 원을 웃돈다. 시청자들이 이처럼 엄청난 수신료를 지불하는 이유는 난시청 문제 해소와 경영 합리화 등을 바라기 때문. 그러나 KBS는 30여 년간 난시청 문제 해소에 수신료의 2.2%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방만한 경영 문제도 고질적으로 지적받고 있다.》

“KBS에 난시청 문제에 대해 민원을 했더니 ‘우리는 송신만 하면 된다. 수신은 수신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식이었어요. KBS가 강제로 거둬 가는 것은 지상파 전파 수신의 대가인 ‘수신료’이지 ‘송신료’가 아니지 않습니까?”

김수정(30) 관악케이블독점규제와 난시청해소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해부터 서울 관악구 봉천동 주택지역의 지상파 TV 난시청 문제 해결을 위해 각 방면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그러나 KBS로부터 ‘난시청’ 지역으로 인정받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KBS가 도심의 난시청은 전파 장애를 일으킨 건축물 주인이 해소해야 한다는 방침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KBS는 고가의 디지털 방송을 위한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기에 앞서 국민의 시청권 확보를 위한 난시청 해소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난시청 해소 의무 회피

2000년 3월 시행된 개정 방송법은 ‘KBS는 지역과 주변 여건에 관계없이 양질의 방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KBS의 난시청 해소 사업을 법적 의무로 명문화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장윤석(한나라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KBS는 1973∼2006년 수신료로 7조3185억 원을 받았지만 난시청 해소에 쓴 돈은 1605억 원(2.2%)에 불과했다.

KBS는 1, 2TV의 가(可)시청률이 97∼98%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계에서 이는 케이블과 위성TV를 통해 지상파를 보는 가구를 포함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국케이블TV협회가 가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상파가 잘 안 나와서’라고 가입 동기를 밝힌 가구가 60%를 넘었다. 시청자들이 지상파를 보기 위해 KBS 수신료 2500원 외에 케이블과 위성 수신료를 이중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김진경 한국케이블TV협회 홍보팀장은 “전국 1700만 가구 중 1650만 가구(케이블 1400만 가구+위성 250만 가구)가 케이블과 위성을 통해 지상파를 보고 있다”며 “지상파 TV의 난시청 문제는 사실상 케이블TV가 해소해 왔다”고 말했다.

○ 작년 인건비 전년보다 209억 원 증가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정책간담회에서 발표된 ‘방송사의 비용 구조’를 보면 KBS는 지상파 3사 중 인건비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밝혀졌다.

KBS는 2006년 총비용의 33.7%(4646억 원)를 인건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도에 비해 209억 원 증가한 것으로 총비용 중 제작비 비율(32.4%)보다 높다. MBC는 인건비가 23%(제작비 31%), SBS는 인건비가 13%(제작비 45%)를 차지하고 있어 KBS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방송위는 ‘2006년 KBS 결산’ 보고 자료에서 “KBS 사업비 중 전년도에 비해 가장 크게 증가한 항목은 인건비성 경비(일반 복리비 포함)로 209억 원에 이른다”며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한 경영혁신이 미비하다”고 평가했다.

○ 정보 공개 인색… 투명성 무색

방송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KBS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수신료 인상에 따라 늘어난 재원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KBS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보도 17일 KBS 측에 ‘디지털 전환 분야별 예산 편성 및 현황’ 등을 요청했으나 KBS 측은 “수신료 인상안을 방송위에 보고하기 전에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동대표 유재천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KBS에 2003∼2005년 장르별 제작원가 세부 명세, 외주제작 명세, 이사회 의사록 공개를 요청했으나 KBS가 “공개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거부하자 법적 소송을 내기도 했다.

유 교수는 “공영방송이 기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수신료를 올린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영국 BBC는 매년 구체적인 수입과 지출뿐만 아니라 과정도 상세히 공개하는데 이는 공영방송으로서 투명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KBS가 전체적인 수입 및 지출만 공개하는 것은 방만한 경영을 해 왔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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