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서울말 웃기죠? 우린 대구 사람이라예”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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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나들이’ 3인방. 왼쪽부터 이동엽 박영재 이광채. 박영대 기자
‘서울나들이’ 3인방. 왼쪽부터 이동엽 박영재 이광채. 박영대 기자
“저 서울사람 ‘이에요’. 서울말은 간지럽게 ‘하믄 된다믄서’?”

구수한 사투리로 만담을 나누는 두 경상도 사나이. 일자리를 찾던 이들은 서울 출신이 아니면 고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자 또박또박 서울말 흉내를 낸다. 행여 ‘∼이라예’라고 고향 말이 튀어나올까 봐 긴장해 안면 근육까지 실룩거리지만 여전히 어색한 ‘퓨전 표준어’다. 그들이 전하는 서울말을 잘하는 법은 간단하다. “간지럽고 여성스럽게.”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일요일 오후 6시 40분)의 ‘서울나들이’가 유행어 “개미 퍼 먹어”와 경상도 억양이 섞인 서울말 흉내로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코너는 부산에서 일자리를 구하러 무작정 상경한 두 남자 이동엽 이광채와 “서울사람이 아니면 안 쓴다”는 인력알선업자 박영재가 실랑이를 벌이는 내용이다.

“경상도 말이 거칠어서인지, 처음에 싸가지 없게 말한다고 오해를 사 선배들한테 혼난 적이 많았어요. 우리는 아직도 서울말이 영 느끼해요.”(이동엽)

이동엽은 방송에서 목소리를 간드러지게 내며 “서울말”이라고 주장한다. “해요”나 “하죠” 등 어미를 강조해 발음하기도 한다. 세 사람은 “대통령도 우리와 비슷한 서울말을 쓰는 듯하다”며 “표준어로 말할 때 서울사람들이 ‘웃긴다’며 좋아하는 점에 착안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사투리로 말하면 이태원에서 종로로 갈 때도 한강을 건너더라고요. 은근히 지방을 무시하는 현실을 꼬집고 싶었습니다.”(이광채)

‘개미핥기’라는 별명의 이광채는 이동엽과 동갑내기로 28세이지만 깡마른 얼굴 탓인지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는 매회 초라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무심한 눈빛으로 “좀 도와주십쇼”라고 말하고, 이동엽은 “개미나 퍼 먹어”라며 수저로 떠먹이는 시늉을 한다.

“광채 형이 가장 없어 보이지만 대구에선 꽤 살아요. 저는 외모만 부유해 보일 뿐 실제론 아픈 홀어머니를 모시는 생활보호대상자이고 가장입니다.”(박영재)

세 사람은 이 코너의 인기 비결이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대사처럼 “별로 잘난 것도 없어서” 취업을 못한 현실을 반영한 얘기가 공감을 주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영재랑 최근까지 신촌의 셋방에서 살았는데 ‘웃찾사’ 스튜디오가 있는 강서구 등촌동에 가려면 택시로 30분도 안 걸려요. 그런데 그 무대에 서려고 3년을 기다렸습니다. 우리 개그를 보며 많은 분이 힘과 웃음을 얻었으면 해요.”(이동엽)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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