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간 교류? 술술 풀리네” 성대 교수 ‘술공부 모임’

  • 입력 2007년 4월 16일 03시 03분


코멘트
“석 잔을 마시니 도를 통한 듯하고(三杯通大道) 한 말을 마시니 자연과 합치되도다(一斗合自然).”

12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퇴계인문관 31310호에서는 이 학교 교수 30여 명이 일일강사로 나선 한문학과 송재소 교수의 말을 놓칠세라 메모까지 해 가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김동순 문과대학장이 교수 사이에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술’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난해 4월. 와인 특강과 위스키 특강이 성공리에 끝난 뒤에 마련된 이번 중국 술 문화 특강에는 입소문을 듣고 온 서정돈 총장, 김준영 부총장까지 참여했다.

“중국 사오싱(紹興)이란 지방에서 나는 술 중 가장 좋은 술이 뉘얼훙(女兒紅)입니다. 딸이 서너 살 되면 술을 빚어 묻어 놓았다가 20년쯤 지나 딸이 시집갈 때 꺼내서 손님에게 대접하는 술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이 밖에도 중국술은 제조 방법에 따라 백주, 황주, 배합주, 과주, 맥주로 나뉜다는 것, 좋은 술은 최소 30년 된 교(교·도자기 항아리) 벽에서 발생하는 미생물로 만들어진다는 것 등 송 교수의 강의는 문화와 과학을 넘나들었다.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달 아래 혼자 술을 마시며)으로 시작한 한 시간여의 강의를 송 교수는 이규보의 한시 ‘명일우작’(明日又作·내일 또 술 마시자)으로 마쳤다.

강의가 끝난 뒤 교수들은 캠퍼스 인근 대학로에 있는 70년 전통의 중국집으로 자리를 옮겨 수이징팡(水井坊), 주구이(酒鬼), 펀주(汾酒) 등 이날 소개된 중국 명주 8병을 차례로 비웠다. 모임이 끝난 시간은 자정 가까이.

김동순 학장은 “교수 간에 교류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자리였다”며 “인류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는 각국의 술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