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책의 향기]성공보다 행복한 과학자의 길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9분


코멘트
FROM: 이상욱 한양대 교수 (과학철학)

To: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 벗에게

과학자의 삶이란 어떤 걸까? 아마도 자연의 원리를 밝혀내는 즐거움과 연구의 힘든 과정이 적당히 섞인 것이겠지. 그런데 과학자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성공적인 과학자가 되는 것보다 과학을 공부하면서 행복한 과학자가 되는 것일 거야. 그 행복함에는 자신이 연구하는 주제를 넘어서 현대 과학이 펼쳐 보이는 놀라운 세계관의 대강을 파악하는 재미와 사소해 보이는 경험적 증거에서 중요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진지한 노력의 기쁨, 그리고 과학 연구와 그 너머에 있는 더 넓은 사회적 맥락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지혜가 모두 포함되어 있겠지. 그런 행복함을 좋은 과학책을 통해 살짝 맛보고 싶지 않니?

우선 떠오는 책은 올리버 색스라는 저명한 신경학자가 쓴 ‘엉클 텅스텐’이야. 이 책은 호기심 많은 어린 저자 올리버가 삼촌들이 운영하던 텅스텐 공장에서 겪는 좌충우돌 지적 실험의 기록이지. 화학의 중요 개념과 역사적 전개를 이해하는 데도 좋지만 특별히 과학적으로 따져 나가는 일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과 그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하는 좋은 책이야. 복잡계 이론의 권위자인 바라바시 교수가 쓴 ‘링크’는 멀게만 느껴지는 과학의 수식들이 실은 실생활의 다양한 모습과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책이야. 흔히 물리학은 우주의 신비나 물질의 궁극적 구조와 같은 거창하지만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서 읽는 사람의 기를 팍 죽이기 십상이잖니. 그런데 이 책은 바이러스의 유행이나 네트워크 경제처럼 얼핏 보기에는 그 연관이 잘 보이지 않는 주제들을 엮어서 특정한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단다.

현대 생물학의 개념적 화두의 하나인 진화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는 책으로는 최근 타계한 저명한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를 권하고 싶어. 엄청난 야구광이었던 굴드가 미국 야구에서 왜 4할 타자가 사라졌는지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하는 것이 좀 지겨울 수도 있지만 진화에서의 경향성을 법칙적 진술로 혼동하는 오류를 비롯해 진화의 작동방식에 대해 널리 퍼져 있는 여러 오해를 걷어내는 데 매우 유용한 책이란다.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뇌 과학 분야는 좋은 책이 많이 나와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수전 그린필드의 ‘브레인 스토리’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BBC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되는 과정에서 나온 책이기에 문체가 생생하게 살아 있고 사진 자료들이 현장감을 더해 주고 있거든.

마지막으로 과학과 인문학이 지금처럼 서로 ‘소 닭 보듯’ 하게 된 것이 아주 최근에 벌어진 일이고 실제로 생산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두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는 박민아 선생님의 ‘뉴턴&데카르트,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거인’을 추천한다. 두 위대한 자연철학자의 삶과 사상이 더욱 넓은 사회문화적 맥락에 녹아드는 지점을 읽어 낼 수 있을 거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