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외국문화 모르면 협상은 ‘꽝’

  • 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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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 파트너와 협상할 때

‘하이’는 이해했다는 말 ‘예스’해야 협상 끝난 것

국제통상전문가인 서강대 안세영 교수의 책 ‘CEO는 낙타와도 협상한다’에 나오는 한 토막.

1990년대 후반 통상산업부 A과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벤트의 하나인 ‘한일슈퍼엑스포’ 행사를 위해 일본 통산성 이시하라 과장과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협상 중이었다.

협상 중 급한 일이 생긴 A과장을 대신해 나간 K사무관은 엑스포 개최장소, 시기, 참가업체 등 모든 현안을 해결했다며 의기양양하게 귀국했다. 하지만 A과장이 도쿄로 전화해 보니 일본 측은 “전혀 합의해 준 바 없다”며 펄쩍 뛰었다.

A과장은 “어려서부터 미국식 교육을 받은 K사무관이 일본 파트너의 ‘하이(예)’라는 대답을 ‘예스(Yes)’로 받아들인 반면 일본 측 의도는 ‘알아들었다(Understand)’는 의미에 불과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국가간의 협상에서는 문화 차이로 오해를 빚거나 최악의 경우 협상이 결렬되기도 한다.

중국인과의 협상에서 아무런 진척 없이 술만 마시다가 일단 신뢰관계가 형성되자 마지막 날 협상이 일괄 타결됐다는 이야기는 기업인들에게 쉽게 들을 수 있는 에피소드다.

반대로 미국인 협상 상대가 함께 술을 마실 땐 ‘We are friends(우리는 친구)’라고 했다가 다음 날 협상 장에서 냉정하게 돌변했다는 일화도 심심찮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 선물 의미 나라마다 달라

브라질 사람과 만날 때 손수건 주면 ‘단절’표시

중국인에게 칼, 브라질인에게 손수건을 선물하는 것은 관계 단절을 의미하는 것처럼 외국인과의 협상 중 선물로 오해를 빚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밀레코리아 안규문 대표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전통 차 등이 무난하다”며 “상대방의 기호를 모르면 넥타이와 같은 선물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권의 협상팀이 저지르기 쉬운 문화적 실수 중 하나는 서양의 젊은 여성대표를 내심 우습게 보는 것이다. 이번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 웬디 커틀러가 여성이었듯 서구에는 여성 책임자가 적지 않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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