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94년 그룹 ‘너바나’ 커트 코베인 자살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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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송강호는 읊조린다.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죽음은 묻히거나 얽힌다. 때 아닌 자살은 더하다. 흔적은 남되 잡히질 않고 과거는 석화(石化)된다. 마치 사랑처럼.

커트 코베인.

그저 삶을 비탄했던 20대 청년. 9세 이전만이 ‘행복한 순간’이라 기억했다. 현실에 좌절했기에 분노를 표출했다. 고통은 해탈(nirvana·니르바나)을 꿈꿨다. 천재였든 아니든. 누구보다 철저한 ‘주변인’의 울림.

“와서 봐봐, 얼마나 지저분한지. 불을 끄는 게 더 안전할 텐데…난 제일 잘하는 것에 더 엉망이야. 이런 재능에 난 기쁨을 느껴.”(노래 ‘Smells like teen spirit’ 중에서)

해방구를 찾지 못한 설움은 음악이 됐다. 2집 ‘Nevermind’의 매머드급 성공. 시애틀에서 피어오른 버섯구름은 지구를 뒤덮었다. 길 잃은 조난자의 노래가 젊음의 방황에 피난처를 안겨줄 줄이야. 부와 명성이 뒤따랐다. 그리고 그녀, 아내 코트니 러브를 만났다.

사랑은 뜨거웠다. 애틋한 딸 프랜시스도 태어났다. 1990년대의 ‘존 레넌과 오노 요코’였다. 다만 하나가 부족했다. 레넌과 오노의 동지적 결합이 없었다. 손잡고 함께 걷는 사랑이 아니었다. 코트니는 ‘야망과 배려가 넘치는’ 주류였다. 평생이 결핍됐던 주변인 남편과 ‘서로 다르기에’ 사랑했다.

마주 봄은 기쁨은 될지언정 기댈 수가 없었다. 안식의 부재. “불안은 영혼을 잠식했다(Angst Essen Seele Auf).” 성공마저 목을 조여 왔다. 3집도 대박. 딸마저 두려웠다. “나처럼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된다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졌다.”(코베인의 유서 중에서)

1994년 4월 경비 직원이 자택에서 시신을 발견한다. 추정 사망일자는 4월 5일로 겨우 27세. 사인은 권총 자살로 결론 났다. “1990년대 청년 문화를 열고, 스스로 닫은”(미국 ABC방송) 그룹 너바나의 히어로는 더는 안식을 찾아 헤로인에 손 벌리지 않았다.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타살의 흔적, 아내의 사주…. 이런들 저런들. 코베인도 김광석도 장국영도 그 자리에 멈춰 섰을 뿐. 세월의 주름은 우리의 몫이다. 돌아봐도 돌아오지 않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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