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봄날’은 왔지만… 아트펀드 투자 급증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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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에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경매시장이 급성장한 데 이어 올해에도 미술 작품의 ‘상품 가치’에 주목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

2006년 미술시장의 경우 경매시장은 서울옥션 기준으로 전년보다 2.8배 성장했으며 최고 낙찰가 경신이나 근대 서양화 가격의 33.5% 상승 등 숨가쁘게 성장했다.

지난해 서울옥션과 K옥션의 경매 총낙찰가는 각각 273억여 원으로 비슷한 규모였다.》

올해 미술시장에 들어오는 뭉칫돈의 첫 신호는 최근 100억 원 규모로 출범한 ‘골든브릿지 스타아트사모펀드’. 서울의 박영덕 화랑, 박여숙 화랑, 부산의 조현 화랑 등 5개 갤러리가 2억 원씩 10억 원을,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서 세 곳이 30억 원씩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표화랑이 주축이 돼 75억 원 규모의 아트펀드가 출범했다.

‘스타아트사모펀드’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 운용하고, 작품 선정은 박영덕 씨가 대표를 맡은 한국미술투자가 맡는다. 이 회사는 이미 35억 원어치의 미술품을 구매했으며 전시 등을 통해 미술품을 유통한다. 첫 전시는 22∼28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서 열리는 ‘아트펀드 스타작가’전으로 고영훈 남관 박서보 씨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잇단 아트펀드의 등장은 화랑과 금융권이 미술품 유통 회사를 설립해 시장의 투명성과 미술품의 환금성을 제고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금융권이 90억 원을 투자했다는 것은 재정 전문가들이 미술시장의 미래 가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스타아트사모펀드’ 외에도 현재 물밑에서 추진 중인 아트펀드는 7, 8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 2호 펀드를 준비하고 있으며 금융권이나 화랑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펀드도 있다. 이들 펀드당 100억 원씩만 잡아도 700억∼800억 원 규모의 미술 자본이 형성되는 셈이다. 개별 펀드를 추진 중인 박여숙 화랑의 박여숙 대표는 “펀드 외에도 기업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문의하거나 제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의 유입은 경매회사들의 올해 예상 매출액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옥션과 K옥션 두 경매회사의 2007년 예상 매출액은 720억 원을 웃돈다. K옥션의 김순응 사장은 “2007년 매출액을 400억 원 정도로 잡고 있다”며 “미술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여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아트펀드도 이런 점에서 경매와 보완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옥션의 윤철규 사장도 “올해 매출액을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전년보다 약 20%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본 유입에 대해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서정기 이사는 “거래의 투명성과 판로의 다양화 등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사장도 “낙관하긴 이르지만 금융자본이 들어오면서 시장이 업그레이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술 작가들은 자본의 유입을 일단 반기면서도 역기능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국화가 박대성 씨는 “작품 활동 지원이 원활해질 수 있지만 특정 작가에게만 몰릴 수도 있다”며 “투자자들이 미술시장을 뒷받침하는 기둥은 작가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평론가 류석우 씨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미술시장의 자본 유입 추세를 보면 일부 작가만 혜택을 받는 폐쇄형이라는 지적이 틀리지 않고 투기 바람도 우려된다”며 “새로운 작가 발굴과 장르 개척 등 미술계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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