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책의 향기]한수 배워보지 않을래? 시대를 앞서간…

  • 입력 2007년 1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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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서지문 고려대 영문과 교수

TO:독자적인 삶을 갈망하는 제자 태영에게

첫 면담 때 “세속적인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 살기는 싫어요”라고 말했지? 독자적이면서, 그러나 남을 외면하지 않는 삶을 갈망하는 너에게 시대에 저항하면서 시대를 이끈 뛰어난 인물들의 자서전을 권해 볼게.

19세기, 산업혁명의 여파로 인한 극심한 사회 갈등과 혼란의 시기에 민주주의가 영국의 갈 길임을 논리적으로 납득시킨 사상가가 존 스튜어트 밀이란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범우사)은 세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해 열두 살 때는 그리스와 로마의 모든 고전을 원전으로 읽고 비판적 분석을 해야 했던 피 말리는 교육과정이 나온단다. 또 아버지에 의해서 급진주의 개혁파의 차세대 리더로 양육되었지만 정서 결핍으로 의욕을 상실하고 자살의 벼랑까지 갔던 4년간의 긴 정신적 위기도 있었지. 이 같은 성장 과정을 지극히 절제된 문체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더욱 애틋하단다.

당대의 모든 그릇된 제도와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서 그 폐단을 해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끝없는 문필활동, 그가 경배했던 해리엇 테일러와 20여 년의 플라토닉 러브 끝에 결혼하게 된 과정도 생생하지. “나는 지역구를 위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걸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던 이야기, 처음으로 여성 참정권을 발의해 충격과 분노를 야기했던 일, 원주민의 반란을 과잉 진압한 식민지 자메이카 총독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벌였던 2년간의 투쟁 등에서 그의 올곧은 심성을 엿볼 수 있지. 무엇보다도 이 자서전은 밀을 일생 너의 마음의 사표로 간직할 수 있게 하고, 모든 일을 합리적이고 불편부당한 잣대로 분별할 판단력을 길러 줄 거야.

과학의 발견이 전통 기독교 신앙의 토대를 잠식해 가던 19세기 중엽에 ‘진화론’을 발표해 기독교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찰스 다윈의 자서전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 왔다’(갈라파고스). 모든 서구인을 하나님의 귀한 자녀가 아닌 진화의 우연한 산물로 만들어 버린 ‘악마’로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었던 과학자가 아주 겸허하고 선량한 ‘보통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 준단다. 유년, 소년시절에는 장난만 좋아하고 학과 공부를 싫어해서 인자한 부친에게 꾸중도 들었고, 가업을 잇기 위해 의과대학에 진학했으나 수술실의 참혹함을 견딜 수 없어 포기하고, 목사가 되기 위해 케임브리지에서 신학을 전공하면서 과학 연구모임에 더 열심히 참석했던 다윈. 그는 영국 해군 군함 ‘비글호’에 자연과학자로 승선할 기회를 얻어 5년간 탐사 끝에 진화론을 확립하게 되지. 그러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아내 에마에 대한 배려와 기독교 사회에 미칠 충격파를 우려해 발표를 미루면서 마음과 몸이 많이 아팠던 고뇌하는 과학자였어.

그 외에도 민주주의를 강력히 반대하면서 어리석은 민중을 보살피고 인도할 지도자의 무한 책임을 강조했던 골수 보수주의자 토머스 칼라일, 당대 최고의 미(美)의 사제였으나 예술보다 배고픈 노동자 구호가 급선무라고 외쳤던 존 러스킨, 노동자 복지에 투자하면 그보다 큰 이윤이 남는다는 것을 자신이 실험으로 증명한 기독교사회주의자 로버트 오언, 부잣집 딸로 고품격 삶을 보장받았지만 무의미한 안락과 품위를 증오하며 당시에는 허드렛일이었던 간호사의 직업을 선택했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등 뛰어난 인물들의 흥미진진한 자서전들이 태영이가 삶의 목표와 자세를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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