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인간… 그것만이 절대 진리”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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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데스노트’ 두 주연 후지와라-마쓰야마 인터뷰

“‘데스노트’와 비슷한 힘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니까요.”(마쓰야마 겐이치·25·오른쪽)

“흠…. 전 믿지 않아요.”(후지와라 다쓰야·22·왼쪽)

영화 속 두 주인공에게 물었다. 대답은 엇갈렸다. 마치 영화 속 라이토(후지와라)와 L(마쓰야마)의 대결처럼 두 배우는 e메일 인터뷰 시작부터 팽팽하게 대립했다.

이름을 쓰면 이름이 쓰인 사람이 심장마비로 죽는 괴력의 노트가 있다. 사신(死神)의 명부 ‘데스노트’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출발한 원작 만화 ‘데스노트’는 일본에서 단행본만 21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두 편으로 제작된 영화도 1편은 일본 내 박스 오피스 4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최고 흥행작으로 꼽혔고 국내 역시 1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1일 후속작이 개봉됐다.

“라이토와 L의 두뇌 싸움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회 정의를 주장하지만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라이토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을 대변합니다. 관객들은 그를 통해 묘한 동질감을 발견하는 거죠.”(후지와라)

‘데스노트’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사회 정의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내가 곧 정의(正義)”라고 외치며 데스노트에 범죄자의 이름을 쓰는 ‘키라(Killer의 일본 발음)’ 라이토, “어떠한 희생도 정의가 될 수 없다”는 탐정 L. 이들의 외침은 일본 사회뿐만 아니라 회원이 4만 명에 이르는 국내 ‘데스노트’ 인터넷 팬 카페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라이토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우를 범하죠.”(마쓰야마)

“그래도 라이토는 자신만의 정의가 뚜렷한 게 매력이죠. 하지만 L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죠. 빈틈이 없긴 하지만 나(라이토)보다 머리가 나쁜 것 같아요.”(후지와라)

이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정의는 무엇일까.

“정의에 대한 절대적 정의(定義)는 없지만 몇 세기를 거쳐 쌓인 문화나 관습 즉, 평화 감사 용서 등이 곧 정의다.”(마쓰야마)

“아니다. 절대적 정의는 개인마다 다르며 각각의 정의는 존중받아야 된다.”(후지와라)

이렇게 대립각을 세우던 이들은 인터뷰 말미에 갑자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 세상은 하나로 정리가 안 되는 곳인 것 같아요. ‘인간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라는 사신 ‘류크’의 말이 맞다니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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