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팔방미인 ‘스탬프’의 매력 아세요?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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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탬프로 찍은 하트와 꽃 문양을 오려 붙이고 ‘Lots of Hugs’ 메시지 스탬프를 찍어 만든 수제 카드(위). 롤 스탬프와 나비, 나뭇잎 무늬 스탬프, 스탬프 전용 잉크패드 등으로 나만의 개성이 숨쉬는 작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아래). 원대연 기자·사진 제공 핸즈링크·스탬프마마
스탬프로 찍은 하트와 꽃 문양을 오려 붙이고 ‘Lots of Hugs’ 메시지 스탬프를 찍어 만든 수제 카드(위). 롤 스탬프와 나비, 나뭇잎 무늬 스탬프, 스탬프 전용 잉크패드 등으로 나만의 개성이 숨쉬는 작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아래). 원대연 기자·사진 제공 핸즈링크·스탬프마마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작은 도시에서 남편, 외동딸과 재미있게 살던 성은영(37) 씨가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작은 ‘도장’ 때문이었다. “여보, 나 스탬프 공방을 차리고 싶어. 한국에서!” 남편 강승철(39·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 씨는 아내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줬다. 2005년 7월 성 씨는 딸 유림(5)을 데리고 귀국했다. 미국에 사는 시부모가 물었다. “도장 팔러 한국 가니?”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 이주를 꿈꾸는 친구들은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문구점 차리려고 한국에 온다고?” 그러나 성 씨는 새로운 인생 후반전 계획을 밀고 나갔다. 스탬프가 뭐기에.》

○ 나만의 요술방망이

매일 자신과 삶을 같이 하는 다이어리, 알찬 요리 정보를 담은 레시피 북, 좋은 사람에게 건네는 작은 선물상자, 특별한 날을 위한 카드와 초대장….

스탬프는 ‘모든 곳’에 찍을 수 있다.

손재주가 없어도 스탬프만 잘 찍으면 나만의 특별한 소품으로 꾸밀 수 있다. 예쁜 문양과 이니셜을 골라 나만의 심벌마크를 새길 수도 있다.

스탬프를 종이에 찍을 때는 스탬프용 잉크패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스탬프 하나에 여러 가지 색을 표현하고 싶다면 전용 사인펜으로 부분마다 색을 다르게 칠하거나 찍은 뒤 색을 입히면 된다.

패브릭에 찍을 때는 패브릭 전용 스탬프 잉크를 사용하거나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찍은 뒤 다리미로 다리면 된다. 유리에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전용 잉크도 있다.

주부 강정연(35·전북 익산시) 씨가 스탬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7월.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접한 뒤 스탬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스탬프 아트는 세련된 맛이 있어요. 일반인이 만드는 공예작품은 한계가 있잖아요. 하지만 스탬프 아트는 서툴고 조잡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요.”

포장 디자이너 조현정(33) 씨는 포장에 스탬프를 접목시켰다.

“한국엔 포장지가 다양하지 않은 편이죠. 종이에 스탬프를 반복적으로 찍어서 포장지도 만들고, 포장에 쓰는 태그도 독특하게 제작해요. 외국에선 흔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 반응이 정말 좋아요.”

조 씨가 꼽는 스탬프 아트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디자인.

“소재나 방법에 따라 무궁무진한 응용이 가능합니다. 자기만의 창작품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는 데 그 매력이 있죠. 또 스탬프 찍기는 쉽고 단순한 작업인데 그 노력에 비해 훨씬 고급스럽게 보인답니다.”

○ 스탬프, 태평양을 건너다

스탬프 아트는 요즘 북미와 유럽에서 한창 ‘뜨고 있는’ 스크랩부킹(scrapbooking)에 속하는 꾸미기 방법 가운데 하나다.

“스크랩부킹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해 입소문으로 매우 급속히 성장한 분야다. 근래 몇 년 사이 스크랩부킹이 색다른 취미로 자리를 잡았다.”(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손이 많이 가는 스크랩부킹엔 여러 기법이 있는데 한국에선 유독 스탬프가 인기를 끌었다.

2004년 1월 성은영 씨는 네이버에 스크랩부킹 카페를 차렸다. 이어 카페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앨범꾸미기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꽃이나 하트 무늬, ‘Happy Day’ 등이 새겨진 스탬프를 찍어 앨범을 아기자기하게 장식했다. 스탬프를 찍은 뒤 채색하거나 오려 붙이고, 여러 종류의 종이를 겹쳐 배열하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에 신이 났다. 카페 방문자들은 스크랩북 꾸미기 중에서도 특히 스탬프에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현지에서 스탬프를 구해 국제우편으로 보내달라는 부탁이 줄을 이었다.

카페를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쏟아지는 구매 의뢰에 성 씨는 스탬프 전문 쇼핑몰 ‘핸즈링크(www.handslink.com)’를 열었다. 또 스크랩부킹 및 종이공예 박람회인 ‘메모리 트렌즈’ 쇼와 미국 공예취미협회 쇼를 섭렵하며 스탬프 아트를 배웠다.

“스탬프 찍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성 씨는 귀국해 오프라인 강습을 하며 스탬프 아트를 널리 알리고 있다.

‘스탬프마마(www.stampmama.com)’를 운영하는 이주혜(33) 씨는 대학생 시절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가서 스탬프를 처음 접했다. “하숙집 아주머니가 날마다 스탬프를 찍어 생활소품을 만드셨어요. 스탬프를 아이들 장난감으로만 생각했던 고정관념이 사라졌죠.”

그때 이 씨를 스쳐 지나간 스탬프는 훗날 직장생활 중에 다시 나타났다. 인터넷 회사를 다니며 자주 해외출장을 나갔던 그는 미국 출장길에 스탬프를 소량 사들여 작은 쇼핑몰을 열었다. 순전히 재미삼아 한 일이었다.

그런데 손님들이 찾아왔다. 주로 외국생활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부업삼아 시작했던 쇼핑몰에서 월급을 훌쩍 넘는 수입이 들어왔다. 이 씨는 주저 없이 스탬프에 나머지 인생을 걸었다.

‘핸즈링크’와 ‘스탬프마마’ 모두 연간 매출이 1억 원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소리 없이 휘몰아치는 스탬프 돌풍이라 할 만하다.

○ 어떻게 시작하나

인터넷 카페 ‘예쁜 소품 만들기(cafe.naver.com/geahwa73)’와 ‘스탬프매니아(cafe.naver.com/stampmania)’, 스탬프 전문 쇼핑몰 등에서 기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우개를 이용한 간단한 스탬프 만들기부터 수입산 스탬프로 꾸미는 다양한 응용작품까지 접할 수 있다.

한국에선 스탬프 아트가 이제 막 소개되는 초기 단계라 전문 강좌를 개설한 곳은 거의 없다. 관련 카페나 쇼핑몰을 통해 알음알음 배우는 수준. 교육기관이 없는 대신 인터넷 카페가 활발하고 동호인끼리 친근하게 교류하는 편이다.

스탬프 아트를 하는 사람 중에 20대 후반 이상의 직장인이나 주부가 많은 것은 ‘가격’ 때문이다. 명함 정도 크기의 수입산 스탬프의 경우 1만 원을 넘는 것이 많다. 색상별 잉크패드와 종이 등 부자재까지 갖추려면 상당한 ‘거금’이 들어간다.

스탬프 마니아들은 손잡이가 단풍나무이고 문양이 새겨진 판과 손잡이 사이에 쿠션 소재가 들어있는 제품에 좋은 점수를 주는데 대개 수입품이다. 비싸지만 찍었을 때 문양이 세밀하고 정교하다. 다이어리용 소품 스탬프가 주를 이루는 국내산 스탬프는 가격은 저렴한 편이지만 잡목을 쓰는 경우가 많아 오래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무작정 스탬프를 구입해 실패한 적이 많았다는 강정연 씨가 독자들을 위해 ‘스탬프 잘 고르는 3대 비법’을 공개했다.

①수수한 배경=“옷 고를 때와 비슷해요. 너무 튀는 무늬는 처음엔 예쁜데 자주 못 입잖아요. ‘저번에 봤던 거다’ 하고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수수한 스탬프가 좋아요.”

②간단한 영문 메시지=“‘love’ ‘thank you’ 같은 스탬프는 두루두루 쓸모가 많아요.”

③채색할 수 있는 문양=“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채색을 달리하면 완전히 다른 스탬프가 되죠.”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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