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건강다짐 성공 조건…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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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운동을 해서 ‘몸짱’이 돼야지, 비타민이나 건강보조식품으로 건강 좀 챙겨야지, 금연해야지….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건강과 관련된 ‘다짐’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선언만 하고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지나친 관심도 문제다. 요즘은 ‘건강이 유일한 재테크’라고 주장하며 제 몸에만 신경 쓰는 사람도 많아졌다. 자기 몸을 챙긴다고 챙기지만 ‘홀릭’으로 불릴 정도로

건강 강박에 빠진 사람들도 제대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건강을 챙기는 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걸까.

전문가들에게 ‘제대로 건강 지키는 법’을 들어봤다.》



○ 종합 비타민은 식후에 먹어야 좋다

비타민은 현대인들이 반드시 먹어야 챙겨 먹어야 하는 ‘머스트 해브(must have)’ 임에는 틀림없다.

하버드 보건대 교수들이 2002년 미 의학협회지(저널 오브 아메리카 메디컬 어소시에이션)에 실은 연구논문에 따르면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속 비타민이 빠르게 소진된다. 담배를 한 대 피울 때마다 비타민 C가 25mg씩 파괴되며 술을 마시면 알코올 대사과정에서 비타민 B1, B2, B6, 엽산(B9)이 소모된다. 나이가 들면서 몸에서 자연스레 칼슘과 비타민 D, 비타민 B12가 빠져나가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스트레스 강도가 세지고, 담배, 술, 공해, 운동 부족, 균형 잡히지 않은 식사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비타민과 무기질은 따로 섭취해서 손실분을 보충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담배 피울 때마다 비타민 C를, 술 마실 때마다 비타민 B군을 챙겨 먹기가 힘들기 때문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골고루 들어 있는 종합비타민을 먹는 게 좋다”며 “특히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영양소가 더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비타민 B와 C가 강화된 종합비타민을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타민을 먹을 때도 ‘요령’이 있다.

우선 식후에 먹는 게 좋다. 종합비타민에 포함된 비타민 A는 지용성이라 기름기가 있어야 몸에 잘 흡수되기 때문이다.

종합비타민을 먹으면서 동시에 노화를 방지한다고 레티놀(비타민 A)이 함유된 건강보조식품을 먹으면 곤란하다. 비타민 A는 몸에 쌓이는데 하루에 일정량 이상을 먹으면 몸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A가 몸에 과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입술이 갈라지거나 두통, 구토, 간 손상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임신부는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

비타민 C는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으면 몸에 흡수가 잘 안 되고 소변으로 빠져나가므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눠 먹는 게 좋다.

무기질 섭취 방법도 따로 있다.

칼슘 제는 저녁에 먹으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탄닌 성분이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칼슘제를 먹으면서 커피를 마시면 좋지 않다.

철분제는 빈혈이 없으면 안 먹는 게 좋다. 철분은 ‘양날의 칼’이어서 부족해도 문제가 되지만 과할 때 몸속에서 산화작용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몸속 산화작용은 동맥경화, 노화, 발암을 촉진한다. 빈혈 때문에 철분제를 먹을 때도 항산화제인 비타민 C와 함께 먹는 게 좋다.

○ 근육도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은 쉬게 하라

운동에도 요령이 있다. 일주일 내내 헬스장에 가는 것도 모자라 헬스장에 가서도 트레드밀(러닝머신), 스테퍼 같은 유산소 운동기구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달리기나 스테퍼 운동은 무릎 관절에 무리가 온다. 달릴 때는 평소 체중의 5배가 무릎에 가해진다. 이상적인 유산소 운동은 자전거 타기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스포츠의학부 김진구 교수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리 힘줄에 염증이 있다”며 “이럴 때는 잠시 운동을 쉬거나 상체운동을 하면서 몸을 보호해야 하는데 대부분 운동 중독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운동해 염증을 만성화한다”고 설명했다.

의료비가 한국보다 비싼 미국에서는 운동을 너무 많이 해 몸에 이상이 있는 운동 중독자의 질병치료 비용과 가정 불화가 이슈화될 정도다.

김 교수는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이 일부 손상되기 때문에 운동도 ‘주 5일제’로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게 정설”이라며 “운동을 할 때도 스트레칭이나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해 부상을 예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컴퓨터단층촬영(CT)은 되도록 적게

건강검진을 수시로 받는 사람들 중에는 ‘건강염려증’에 걸린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염려증 자체가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 등으로 발전해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경우다.

여기에 CT 등 기계장비를 이용한 검진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방사선에 과다 노출이 되기도 한다. 물론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은 방사선과 상관이 없다. X선 검사와 CT가 문제가 된다.

사람은 자연 상태에서도 방사선에 노출되기는 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가슴 X선을 한 번 찍으면 2.4일 치, 복부 CT를 한 번 찍으면 3.3년 치 자연 방사선에 노출된 것과 같다. 따라서 가슴 X선은 필요하다면 여러 번 찍어도 큰 상관은 없지만 CT 촬영은 필요한 경우 말고는 자주 하지 않는 게 좋다.

경희의료원 영상진단의학과 류경남 교수는 “90년대 초반만 해도 CT 촬영 시 원하는 각도가 여러 개일 경우 각도마다 다 찍었지만 이젠 한 번만 찍어서 원하는 화면을 컴퓨터에서 재생하고 있다. 방사선이 미치는 악영향 때문”이라며 “사람에 따라 방사선을 받아들이는 양도 다르기에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긴 힘들지만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면 암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건강강박증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건강강박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건강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공중파나 케이블TV에서는 의학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앞 다퉈 방영하고 인터넷에서는 누리꾼들이 ‘지식’이라는 형태로 각종 의학정보를 올리고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의학 정보가 때로 과장되기도 하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정설인 것처럼 버젓이 유통되기도 한다. 또 건강보조식품들이 봇물처럼 출시되고 홈쇼핑 등 광고를 통해 전달되면서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한마디로 ‘건강강박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에 좋다면”…홍삼제품만 605가지

▽건강보조식품 전성시대=글루코사민, 클로렐라, 감마리놀렌산…. 비타민과 건강보조식품들이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면서 제대로 발음하기도 어려운 건강보조식품들이 어느새 익숙한 용어로 쓰이고 있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업계의 비타민 매출액은 2003년 2280억 원, 2004년 2400억 원, 2005년 2470억 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만도 무려 339개사. 2004년 271개사, 2005년 310개사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신고한 건강기능제품은 홍삼 종류만 605개, 글루코사민은 538개, 클로렐라는 134개, 감마리놀렌산은 274개에 달한다. 얼추 1000여 개의 건강보조식품이 유통되고 있거나 앞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감기 걸려도 “혹시 중병 아닐까”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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