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보는 미래-미래학 20선]<1>미래생활사전

  • 입력 2007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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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어 전망가이자 예측자이다. 우리는 기존 사전에 받아들여지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이제 막 시작한 단어와 숙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시간의 화살이 1990년대를 관통하고 있던 어느 날. 2006년 대한민국 백주 도로는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점령할 것이며 휘청거리는 서울의 밤거리는 대리운전사들로 가득 찰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페이스 팝콘. 그는 봄바람처럼 변덕스러운 유행들 사이에서 10년 이상 지속될 트렌드를 짚어내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조언해 주는 트렌드 분석가다. 그는 소포를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퀵서비스와 술을 잔뜩 퍼마신 파티에서 자신을 집에 데려다 줄 출장운전사가 등장할 것임을 10년 전에 예측해 세상을 놀라게 한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이다.

페이스 팝콘이 쓴 재기발랄한 미래서 ‘미래생활사전’은 미래를 꿈꾸는 자들의 애장서다. 미래 사회에서 사용될 만한 단어를 만들어 ‘사전’이라는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불확실한 미래를 가로지르는 메가트렌드의 지형도를 그리는 데 더없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보통의 예언서는 처음엔 흥미를 끌다가도 시간이 흐르고 예측이 빗나가면서 독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일쑤지만, 이 책의 진가는 해가 갈수록 더 빛나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미래 신조어가 하나둘씩 실생활에 등장할 때마다 독자들은 다음 세대가 책장에 꽂아둘 사전을 미리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이 책은 노화, 신종 직업, 텔레커뮤니케이션 등 35개 주제에 따라 제시된 1200개의 키워드를 통해 미래에 대한 모자이크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그가 이 책에서 보여 주고 있는 미래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전문화되고 개성이 넘치는 개인주의 사회’라 할 수 있다. 미래엔 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이 생산되고, 이를 위해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것이며, 사회문화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잡지는 독자가 주문한 콘텐츠로 채워진 마이거진(Mygazine) 형태로 바뀔 것이며, 개인 웹 페이지를 관리하고 가꿔 주는 ‘웹 정원사’라는 신종 직업이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 사전에 실린 모든 단어가 미래에 반드시 등장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페이스 팝콘은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요구르트 도시’를 만들 것이며 야생동물을 자연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야생동물 복귀 훈련가’가 등장할 거라고 예측하지만, 그런 단어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그를 원망할 필요는 없다. ‘단어’라는 나무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라는 숲을 본다면,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할 테니 말이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생각의 속도를 앞서고 있는 요즘, 미래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뒤적여 보시라. 두서없이 읽어도 재미있는 이 책에서 영롱한 상상력의 결정체들로 이루어진 ‘언어의 정원’을 산책해 보시기 바란다. 단어의 나무에 물을 주고 미래라는 숲을 가꿀 몫은 당신에게 있으니까.

정재승 KAIST 바이오 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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