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김사승]‘제4의 물결’ UCC

  • 입력 2006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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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스터사전 2004년 인터넷 사이트 검색 1위는 개인 미디어인 ‘블로그’였다. 사람들은 당시 블로그가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 했다. 2년 뒤인 올해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UCC(User Created Contents·손수제작물)의 주인공인 ‘당신’을 뽑았다. 블로그와 UCC의 등장은 정보 생산과 이용에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 준다. 즉, 인터넷을 정보의 플랫폼으로 이용했던 웹 1.0 패러다임을 지나 이제 일반 시민이 정보 생산과 이용의 주체가 되는 웹 2.0 시대가 된 것이다.

UCC는 크게 두 가지 경로를 갖는다. 하나는 블로그라는 개인 미디어를 근거지로 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도 없이 ‘유튜브’나 ‘마이스페이스’, ‘판도라 TV’ 등의 공유 사이트로 직접 통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자기표현을 목적으로 한다. 개인 사생활의 노출과 이를 틈탄 관음증의 어두운 구석도 있지만 자기표현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게 지금처럼 가능했던 시기는 없었다.

왜 자기표현에 골몰하는가. 블로그 이론 전문가인 레베카 블러드 씨는 두 가지를 지적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는 것과 ‘내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자기표현의 의미라고 했다. 이는 사회, 문화적 맥락화를 말한다. 주류 미디어들의 일방적 담론에 지배받던 개인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동시에 자기 정당성을 얻게 됨으로써 지배적 담론에 대한 자기 해석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지배 질서에 대한 도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유튜브 효과’라는 것이 있다. 블로그는 맥락화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지만 유튜브는 이의 규모와 속도를 극대화시킨다. 개인이 생산한 콘텐츠는 유튜브나 구글 비디오를 타고 순식간에 전 지구적 규모로 배포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맥락화의 방식이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유튜브 사이트에서 ‘Tibet, ProTV, China’를 쳐 보라. 중국군의 티베트 난민 학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엄청난 사건은 올 12월 말경 유튜브를 타고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사실 루마니아의 ‘ProTV’라는 한 방송사가 이미 방송했던 화면이다. 주류 미디어 내부에서 소외된 담론을 개인이 다시 살려낸 것이다. 일명 ‘유튜브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틈새시장에서나 존재하는 ‘롱테일(긴 꼬리 효과·소액 다수 구매자가 전체 매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함을 지칭)’의 가치가 UCC를 통해 현실화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와 함께 웹에 포스팅된 콘텐츠를 주류 미디어가 다시 방송하는 일은 이제 다반사가 됐다. UCC와 주류 미디어가 마치 메아리를 주고받듯이 공존하면서 미디어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UCC의 또 다른 성공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이다. 네이버를 성공시킨 ‘지식in’과 같은 집단 UCC의 방식으로 이용자들이 자신의 지적 정보를 제공한다. 위키피디아 편집진은 특정 시각을 드러내기보다는 다양한 생각들을 중화시키는 ‘시각의 중립화’를 추구한다. 이는 UCC의 맥락화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낳는다.

인터넷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고 이 연결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시각의 중립화는 타인의 이해는 고사하고 타인의 존재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개성은 전체라는 이름 아래 함몰되고 만다. 이런 점에서 위키피디아를 ‘인터넷의 마오이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컨대 UCC는 두 가지 교훈을 준다. 개인의 도전과 집단의 저항이 동시에 존재한다.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개인의 욕망과 이를 교묘하게 끌어들이면서 개인을 지워 내는 집단의 계략이 웹의 열린 공간에서 얽히고설킨다. 연구자들의 비판적 눈길은 ‘숨어 있는 자’의 손을 확인하려고 한다. 아무튼 보통 사람들은 아직 즐기고 있다. 현 단계의 UCC는 그래서 ‘혼돈’이라고 본다.

김사승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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