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음식]바의 진화:음침→개방→퓨전으로

  • 입력 2006년 12월 23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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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 진화하고 있다. 개인 공간을 강조한 1세대 바에서 출발해 개방형 2세대를 거쳐 세미 프라이빗형 3세대 바가 등장했다.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의 바 ‘조이’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는 직장인들. 원대연 기자
바가 진화하고 있다. 개인 공간을 강조한 1세대 바에서 출발해 개방형 2세대를 거쳐 세미 프라이빗형 3세대 바가 등장했다.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의 바 ‘조이’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는 직장인들. 원대연 기자
한국에서 가장 긴 18m 바 테이블이 있는 W호텔 ‘우바’.
한국에서 가장 긴 18m 바 테이블이 있는 W호텔 ‘우바’.
《‘각양각색의 독특한 테이블과 의자, 프라이버시를 확실히 보장받는 별실, 음악을 즐기면서 몸을 흔들 수 있는 넓은 스테이지….’

호텔리어 권혜은(26) 씨가 바(bar)를 고르는 기준이다. 권 씨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바에 가는 일명 ‘바 마니아’.

그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즐기고 싶을 때 바를 찾는다”며 “요즘 젊은이들에게 바는 단순히 술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최근 새로운 형태의 바가 20, 30대 직장인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끊임없이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트렌드 세터들의 취향에 맞춰 바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3세대 바까지 등장

1990년대 들어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1세대 바로는 라이브 재즈 바의 원조인 ‘원스 인 어 블루 문’과 ‘하드&락 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90년대 후반까지 바는 음침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두운 공간이 특징이었다. 옆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보이지 않을 정도. 자기 테이블 외에 다른 테이블에 신경 쓰는 것 자체가 ‘무례한 행동’으로 인식됐다. 바는 곧 프라이빗 공간 자체였다. 1세대 바는 칸막이로 막힌 카페와 레스토랑, 생맥줏집에 익숙한 386세대의 정서에 부합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회사원 이진서(40) 씨는 “화장실 갈 때도 다른 사람이 보이면 다시 자리로 돌아와 볼일을 볼 ‘찬스’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1999년 통유리로 된 카페 열풍이 불면서 바도 개방화의 물결을 탔다. 높은 천장, 넓은 공간에 무채색 계열의 인테리어, 탁 트인 스테이지….

바의 변신이 시작된 것이다. 2세대 바의 등장이다. 청담동 ‘S’ 바와 같은 개방형 바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세미 프라이빗형 바’가 개방형 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의 라운지 바 ‘조이(Zo¨e)’, W호텔의 ‘우(Woo)바’처럼 탁 트인 공간과 별실이 공존하는 바가 생겨난 것이다.

올여름 문을 연 조이의 김흥수(38) 지배인은 “테이블, 별실, 침대 등 다양한 주제의 공간을 갖춘 바가 요즘 대세”라며 “특히 모든 테이블을 다른 콘셉트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조이는 미모와 지성을 갖춘 11세기 로마제국의 여왕.

W호텔의 우바는 한국에서 가장 긴 18m 바테이블을 자랑한다. 또 계단마다 색다른 의자와 테이블을 놓아 독특한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 이색적인 바도 눈길을 끈다. 수영장에 발을 담그고 술을 마시는 ‘360알파’, 시뮬레이션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골프 바 ‘맨하탄’, 인도풍의 이국적인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다질링’ 등이 있다.

○ 극장의 카운터도 ‘바’

Bar란 영어로 ‘빗장, 막대’ 등을 의미한다. 술집을 뜻할 때는 카운터 식으로 꾸민 술집을 일컫는다. 중세 유럽 시절 술집에서 마당에 막대(bar)를 심어둬 손님들이 타고 온 말을 묶게 하고 술을 팔던 것이 그 유래다.

영국에서는 16세기부터 술과 음식을 내어 놓는 바카운터와 그 안쪽을 통틀어 ‘바’라고 불렀다. 하지만 금주법이 시행 중이던 미국에서는 바카운터를 갖춘 가게뿐 아니라 알코올이 없는 음료를 팔았던 극장의 바카운터도 바라고 했다. 한국에 바가 처음 생겨난 것은 1930년대. 바카운터가 있고 양주를 파는 술집을 바라고 불렀다.

○ 재즈 바에서 오뎅 바까지

바는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한 가지 아이템을 추구하는 바도 있지만 ‘재즈라이브 바’ ‘웨스턴 록 바’처럼 두 가지의 의미를 합친 곳도 많다.

바는 대개 ‘클래식 바’와 ‘플레어 바’로 구분한다. 클래식 바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반면 플레어 바는 경쾌한 음악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화려하고 신기에 가까운 칵테일 쇼 등을 즐기는 공간이다. 재즈 바, 록 바, 클래식 바처럼 음악 장르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마시는 술이나 먹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서도 구분된다. 테킬라 바, 칵테일 바, 스시 바, 야키바(yaki bar·로바다야키+바), 오뎅 바….

3세대 바
이름연락처(02)위치특징
조이3440-8166서울 강남구 논현동다양한 콘셉트의 테이블과 침대 및 별실
우바2022-0333서울 광진구 광장동한국 최장 카운터와 40여 종의 마티니
360알파323-2360서울 마포구 서교동수영장에 발을 담그고 술을 마심
맨하탄2250-0700서울 중구 신당동골프 라운드를 즐김
다질링3445-0039서울 강남구 신사동인도풍을 만끽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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