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고영일]멕시코 도서전서 환대받은 한국문학

  • 입력 2006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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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라하라 도서전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매년 11월 하순 멕시코의 과달라하라 시에서 열리는데 올해가 스무 번째였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한국 작가가 참가해서 한국문학 행사를 치렀지만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소설가 서정인, 시인 문정희, 비평가 류보선 씨는 한국문학번역원이 지원한 한국문학 작품 두 권이 최근 멕시코에서 번역 출간된 일을 계기로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한국문학 행사에 참석했다가 과달라하라 도서전을 찾았다.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학번역원, 그리고 대한출판협회는 2년 전부터 과달라하라 도서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올해 독립 부스를 내고 공식적으로 참가했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려는 노력이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만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정치 경제의 혼란지로서 우리가 따라가서는 안 될 반면교사로만 여긴 중남미를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문화 교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멕시코시티에서 행사를 마친 한국 작가단과 필자가 과달라하라에 도착해 참석한 도서전 개막식은 그들 문화의 품격을 한눈에 보여 줬다. 개막식은 스페인어권 문학상 중 ‘세르반테스 문학상’ 다음으로 권위를 지닌 ‘후안 룰포 문학상’ 시상식을 겸했는데 세계 문단의 수많은 거물이 단상에 앉아 있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의 노벨상 수상자 가르시아 마르케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노벨상 수상자 네이딘 고디머, 포르투갈의 노벨상 수상자 조제 사라마구, 멕시코의 대표적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 소설가 서정인 씨는 이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단상의 사진 잘 찍으면 퓰리처상감이겠네!”

이들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문인 수백 명이 9일간 자신의 문학세계와 작품을 설명하는 600여 가지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마다 입장객이 만원사례를 이루는 광경이 낯설었다. 도서전 유료 입장객은 50만 명에 육박했다. 세계 최대 도서전이라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보다 입장객 수에서 앞선다. 한국 작가단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한국문학 행사 역시 많은 청중이 서서 설명을 들어야 했다.

한국문학번역원과 문학 행사를 준비하면서 도서전 조직위원회는 한국 작가와 문학을 최고 수준으로 홍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도서전 개막 전에 한국문학이 두 차례에 걸쳐 현지 신문에 크게 소개됐다. 행사 후에도 언론 인터뷰와 번역 작품의 신문 게재가 이어졌다.

조직위원회가 한국문학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환대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다시 만난 조직위 관계자가 필자에게 물었다. “한국은 언제 과달라하라 도서전 주빈국을 할 것인가?”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정하겠다는 조직위원회 내부 분위기를 알려 주는 질문이었다. 한국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었다.

우리가 느끼는 거리감과 달리 그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대했다. 올해 초 주한 멕시코 대사가 대한출판협회를 방문해 이 문제를 검토해 보도록 제안했다. 작년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난 긍정적 효과이기도 할 것이다.

한국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다른 문화를 외면할 수는 없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과달라하라 도서전에 참가한 다른 국가관 수준으로 우리도 규모를 확대하면서 시간을 갖고 준비하면 어떨까. 중남미와의 관계에서 정치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를 통해 상호 이해하는 분위기를 구축하는 노력이 절실함을 과달라하라 도서전을 참관하면서 느꼈다.

고영일 한국문학번역원 사업본부장 중남미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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