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때 너비 8m 신작로?… 풍납토성서 국내 最古 도로 발견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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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에서 발굴된 3세기 무렵 고대 백제 도로 유적과 단면도면(아래). 단면도면을 보면 두께 20cm의 자갈이 상층에 깔려 있고 그 밑으로는 모래층이 형성돼 있다. 이 지역은 지형이 낮기 때문에 물이 흐르면서 모래도 같이 흘러내려 층층이 쌓이게 됐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에서 발굴된 3세기 무렵 고대 백제 도로 유적과 단면도면(아래). 단면도면을 보면 두께 20cm의 자갈이 상층에 깔려 있고 그 밑으로는 모래층이 형성돼 있다. 이 지역은 지형이 낮기 때문에 물이 흐르면서 모래도 같이 흘러내려 층층이 쌓이게 됐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풍납토성 도로 발굴과 함께 출토된 토기, 토기 가마흙덩어리 등 각종 유물들. 사진 제공 문화재청
풍납토성 도로 발굴과 함께 출토된 토기, 토기 가마흙덩어리 등 각종 유물들. 사진 제공 문화재청
국내 최고(最古)의 백제 왕궁 포장도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1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서 ‘발굴조사 현장 설명회’를 열고 “백제 초기 도성인 풍납토성(사적 제11호) 제1차 10개년 학술 조사 추진 계획에 따라 서울 송파구 풍납1동 197(옛 미래마을)을 발굴한 결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로 유적을 비롯해 대형 폐기장, 석축수로, 주거지 등 80여 기의 유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성백제(기원전 18년∼기원후 475년) 당시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도로는 너비 8m, 길이 41m에 이르는 남북 도로, 너비 5m가량의 동서 방향 도로 등 2개다. 이 도로는 너비 7.5∼8m의 땅을 얕게 판 후 가운데 부분에 폭 5m, 두께 20cm가량의 잔자갈을 볼록하게 깔아 도로 양 측면으로 빗물이 흘러내려 배수가 가능하게 축조됐다.

문화재연구소 신종국 학예연구사는 “도로가 한성시대 후기에 들어선 주거지나 수혈(구덩이)에 의해 파괴된 점을 감안하면 축조 시기가 한성 도읍기인 3세기 무렵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자갈을 다진 포장 방식은 많은 공력이 소요되는 것으로 사비시기 부여의 궁남지, 관북리 유적, 익산의 왕궁리 유적의 도로가 포장되지 않았다는 사실로 볼 때 당시 풍납토성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풍납토성 도로 유적 건설 시기는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던 신라 왕경(王京)이나 백제 사비시기(538∼660년) 부여, 익산 지역 유적에서 발견된 도로 조성 연대인 6세기보다 300년 이상 앞선다. 또 문화재연구소는 이런 규모의 공사가 가능하다는 것은 풍납토성이 백제가 한성에 도읍하던 시대의 왕성 또는 왕경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밝혔다.

모래와 자갈이 자연적으로 퇴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연구소 측은 △모래층과 자갈층이 물에 휩쓸려 퇴적될 경우 무거운 자갈층이 모래층 하부에 먼저 쌓이며 △자갈층뿐 아니라 그 위에 넓적한 할석(割石)을 사용한 점 등으로 볼 때 인공 도로가 확실하다고 밝혔다.

한편 학술적 성과와 달리 이날 오전 발굴조사 발표회 현장에는 풍납동 주민 100여 명이 몰려와 “사적 지정으로 개발이 제한되고 집값이 하락하는 등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으니 이를 보상하라”며 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하는 등 시위를 벌였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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