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이 아니다. 19일 오전 금강산 신계사 복원 남북 공동 낙성식 현장에서 만난 신계사 도감 제정(44) 스님의 말이다. 그는 2004년 11월부터 이곳에서 복원 불사를 총괄하고 있다.
강원 고성군 신북면 창대리에 있는 신계사는 신라 법흥왕 5년(519년)에 창건된 고찰. 6·25전쟁 때 폭격으로 대부분 소실되고 3층 석탑만 남아 있던 것을 2004년 4월 남북 합의에 따라 대한불교조계종과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주도로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이번 낙성식은 대웅전 이후 2년간 복원한 만세루와 극락전 등 10개 주요 전각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복원작업에는 64억 원(전체 예산 82억 원), 연인원 1만 명이 투입됐으며 내년 요사채를 끝으로 불사는 마무리된다.
복원을 위해 남북한 관계자들은 강원 일대 사찰을 모두 답사하고 과거 문헌도 샅샅이 뒤졌다. 신계사를 직접 본 적이 있는 노스님 등에게 자문하기도 했다.
단청할 때 남측에선 화려한 색을 선호하고 북측에선 은은한 고색을 고집하는 등 작업 과정에서 논쟁도 있었으나 터놓고 대화하면서 의견을 조율했다. 제정 스님은 “바람이 너무 강해 기왓장이 날아가는 등 매서운 날씨 때문에 괴로웠다”면서도 “무엇보다도 북핵 문제가 불거질 때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날 낙성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비롯해 정무 스님, 월탄 스님, 열린우리당 김원웅(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의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일반 신도 등 남측에서 350여 명,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유영선 위원장, 문화보존지도국 이의화 부국장 등 북측에서 50여 명이 참석했다.
“처음 저를 ‘따중’이라 부르던 북한 사람들이 이제 ‘스님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신계사 복원은 남북 평화 교류의 중요한 상징물이에요. 북측과 협의를 통해 금강산의 명찰인 장안사 유점사까지 복원하면 대표적 불교 성지 순례지가 될 겁니다.”
금강산=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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