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 중간자 '상상의 동물'을 만난다

  • 입력 2006년 11월 14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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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미술에 등장하는 동물은 인간의 염원을 상징하는 존재다. 고구려 사신도에 나오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비롯, 용 봉황 학 등 상상과 현실의 동물들이 인간과 자연을 소통시키는 매개체로 시대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은 내년 2월28일까지 '상상과 길상의 동물' 전에서 미술 작품 속 동물에 깃든 조상들의 소망을 전한다. 50여점의 전시품은 12세기 고려 때 제작된 청자기린향로를 제외하면 모두 조선시대 작품들. 전시는 '상상 속의 동물, 권위가 장생을 지키다'와 '오랜 친구 우리의 행복을 빌어 주다' 등 두 코너로 나뉜다. 용이나 봉황에 깃든 장생과 권위에 대한 바람, 호랑이 등을 통한 기복(祈福) 사상을 목기 민화 금속공예 청화백자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15세기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보물 786호 '청화백자운룡문병'(靑華白瓷雲龍文甁)은 비구름과 함께 운룡을 품고 있는 백자다. 운룡은 비를 내리게 하는 능력이 있어 큰 가뭄이 들었을 때 운룡 그림을 물 속에 던졌다고 한다.

19세기 작품인 '업경대'(業鏡臺)는 염라대왕 앞에 가면 평생의 업을 비춘다는 거울이다. 선악과 시비를 판단한다는 상상의 동물 해태가 거울을 받치고 있다.

정조 때 화가로 난초와 대나무를 잘 그린 임희지(1765~?)의 노모도(老貌圖)는 잡귀를 쫓아낸다는 상상의 동물 '모'를 친근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런 동물 그림은 조선 초기에는 사대부가에서 유행했으나 신분제가 느슨해진 말기에는 민화를 통해 서민층으로 확산됐다.

관람료 3000원(학생) 4000원(어른). 031-320-1801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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