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무대에 오른 연극배우들에게 박수를…

  • 입력 2006년 11월 4일 1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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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의 시각장애인 민수는 집 밖을 나가지 않으면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휠체어 장애인이면서 장애인 극단에서 대본을 쓰고 봉사활동을 하는 정아를 만나 처음으로 바다를 보고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행복도 잠시, 민수에게 줄 하모니카를 사서 기쁘게 달려오던 정아는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정아의 신호 위반이 교통사고의 원인이라고 단정 짓지만, 정아의 극단 사람들은 목격자 민수의 ‘소리 기억’을 토대로 진짜 원인은 교통신호 제어기의 오류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희곡으로 옮겨져 연극 무대 위에 올려진다….

장애인극단 ‘휠’(wheel, 대표 송정아)이 4일부터 서울 대학로 ‘이랑시어터’에서 연극 ‘시선’(극본 윤정환, 연출 김지원)을 공연한다.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가 한데 어우러진 무대 위 세계는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시각 장애, 뇌성마비, 뇌병변, 하반신 마비를 앓고 있는 등 1~3급 장애를 앓고 있는 8명의 배우들은 한 달 반 준비 기간 동안 사회의 시선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보여주고자 했다. 움직이는 것도 또박또박 발음 하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는 그들이지만 희망과 열정으로 무대 위에서 새로운 세상을 채색하고 있는 것.

현재 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들이 편히 볼 수 있고 편히 할 수 있는 연극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대다수의 소극장들은 편의시설이 없이 계단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를 타고는 구경 할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러니 장애인들이 연극을 직접 해보기란 더더욱 꿈도 꾸지 못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들의 연극은 어쩌면 모험일 수도 있다.

극단 휠 관계자는 “우리는 공연을 통해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아직까지 장애인의 인식조차 없이 안 좋은 시각으로만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공연을 보여줌으로써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연극을 통해 자신감을 찾고 점점 변화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통해 장애를 갖고 휠체어를 탄 우리도 연극을 계속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그 자신감으로 장애인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하고 싶다. 우리들과 함께 하는 미래가 밝은 세상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만들어진 ‘휠’은 장애인 20여명과 스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4일부터 15일(6일은 휴무)까지 계속되는 이번 공연의 관람료는 일반 20000원, 대학생 15000원, 장애인 12000원, 학생 10000 원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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