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경 씨 “장난감이라뇨? 문화콘텐츠입니다”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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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007’ 시리즈에 나오는 피겨 컬렉션 앞에 선 손원경 대표. 손 대표는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가 ‘007’이라 다른 피겨보다 애착을 갖고 모은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영화 ‘007’ 시리즈에 나오는 피겨 컬렉션 앞에 선 손원경 대표. 손 대표는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가 ‘007’이라 다른 피겨보다 애착을 갖고 모은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장난감이 아니라 20세기 문화를 상징하는 콘텐츠들이죠.”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개관하는 토이키노 갤러리(www.toykino.com, 02-723-2690)의 전시물에 대해 손원경(34)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시물은 디즈니영화 ‘인크레더블맨’이 사용하던 눈가리개, 매트릭스의 네오가 사용한 망토, 007이 쓰던 권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많이 소개되지 않은 ‘피겨(figure) 갤러리’.

‘피겨 갤러리’는 영화, 만화,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소품을 축소해 만든 상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원래의 캐릭터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고 각 관절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하나의 ‘작품’에 가깝다. 영화·만화 산업이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른 마니아들과 마찬가지로 손 씨를 피겨 수집에 빠지게 한 것은 유년 시절 즐겨 보던 외화 시리즈. 미국에 다녀온 아버지가 사준 ‘600만불의 사나이’의 피겨가 ‘불을 질렀다’.

손 씨는 그 후 피겨나 관련 소품을 구하기 위해 서울 청계천, 남대문 도깨비 시장, 중국대사관 앞 중국인 가게를 뒤지기 시작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미국까지 갔다. 그렇게 해서 모은 것이 무려 10만여 점. 갤러리에는 선별된 5만여 점을 전시한다.

1관이 미국 영화 캐릭터 중심이라면 2관에는 국내 생산된 제품과 일본 제품이 많다. 70, 80년대 생산된 조립식 프라모델과 양철장난감, ‘마징가 제트’, ‘은하철도 999’, ‘아톰’ 등 지금의 30, 40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전시물들이다.

국내에는 10여 년 전부터 피겨에 대한 마니아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현재 인터넷 동호회에는 10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 대부분이 20, 30대다. 이들은 동호회를 통해 피겨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한편 소장품을 사고팔기도 한다.

가격은 제품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인들이 들으면 놀랄 정도의 피겨도 있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다스베이더의 실물 크기 피겨의 경우 30만원 정도다. 손 씨도 소장품을 모으는 데 “가진 돈을 거의 다 털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니아들에게 가격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피겨 마니아인 연제철(29) 씨는 “만화 ‘심슨 가족’의 ‘바트 심슨’ 같은 캐릭터는 희귀해서 인터넷에 물건이 나오면 가격을 떠나 금방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성에 대해 연 씨는 “당시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피겨 상품들은 그 문화를 접했던 세대에게는 장식품이나 장난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 운영과 피겨 수집을 위해 본업(사진작가)도 잠시 접은 손 씨는 “몇몇 뜻이 맞는 친구들과 직접 피겨 제작을 하는 것”이 목표다.

개관시간은 토, 일 오후 1시부터 8시. 평일은 단체 관람만 받는다. 입장료는 5000원(만 18세 이상), 3000원(만 5세 이상)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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