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강남, 한국시스템 전형이자 자본주의 엔진"

  • 입력 2006년 10월 23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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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가 새로 출간한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자료사진 동아일보
강준만 교수가 새로 출간한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자료사진 동아일보
"한국이 보릿고개에서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달려왔듯이 강남은 '말죽거리'에서 '타워팰리스'까지 달려왔다. 전자의 달리기는 피땀으로 이룬 반면 후자의 달리기는 일확천금의 투기 광풍이 아니었느냐는 반문도 가능할 것이나 적나라한 욕망의 대질주라고 하는 본질에 있어선 다를 게 없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시기 별로 강남의 역사를 분석한 책 '강남,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출간했다.

강 교수는 한국형 자본주의의 욕망의 위계질서에서 강남이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형 자본주의가 강력한 서열화, 강한 경쟁심과 모방심에 의해 움직인다는 생각에서다.

저자는 이런 현상이 바로 부정적인 것을 널리 전파시키는 동시에 긍정적 혁신의 전파 속도도 빠르게 하는 '강남 정신'이라고 정의한다.

"아파트 재건축과 내부 개조 붐, '강남 아줌마'의 호전적 여성상을 잘 보여주는 자녀 교육에서부터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갈빗집 '가든'에서부터 '로데오 거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강남이 한국사회에 행사하는 리더십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강남 정신이 적어도 정신과 문화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자본주의의 엔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한다.

책은 강남의 출발점을 1966년으로 봤다. 소설가 이호철이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을 동아일보에 연재했고 제3한강교가 착공됐으며 서울시장이 강남개발 구상을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논밭에서 출발한 강남은 도시 인프라부터 공공시설에 이르기까지 계획도시로서 장점을 살릴 수 있었다. 1970년 7월7일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버는 이른바 '말죽거리 신화'가 탄생했다.

책은 이후 2000년대까지 강남의 역사를 돌아본 뒤 2002년 10월 완공된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다른 사람과 차별화할 수 있는 '구별짓기의 지존'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를 한국의 '부의 상징'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각 장마다 시기별 가요, 문학 작품 등에 나타난 문화를 '자세히 읽기'란을 통해 바라봤다.

강남 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 혜은이의 '제3한강교'를 살펴보면 제3한강교는 가사에 나타난 것처럼 '행복 어린 거리'로 향하는 통로였고, 1980년대 아파트 세대의 내면을 노래한 윤수일의 '아파트'는 아파트 문화의 고독과 고립을 상징했다고 해석한다.

저자는 "책이 역설하고자 했던 것은 괜히 사람들끼리 미워하지 말고 강남을 한국 시스템의 전형이자 엔진으로서 고찰해 보자는 것"이라고 적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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