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女황제 납시오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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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황족회가 제30대 황위 계승자로 추대한 의친왕의 둘째 딸 이해원 옹주가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치러진 황위 승계식에서 용상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대한제국황족회가 제30대 황위 계승자로 추대한 의친왕의 둘째 딸 이해원 옹주가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치러진 황위 승계식에서 용상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1936년 이해원 옹주의 결혼식 때 모습. 연합뉴스
1936년 이해원 옹주의 결혼식 때 모습. 연합뉴스
《대한제국 황실의 후손들이 황위 계승자를 옹립하고 황실복원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한제국황족회는 29일 낮 12시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이해원(87) 옹주의 대한제국 30대 황위 승계식을 가졌다. 해원 옹주는 고종의 아들인 의친왕(1877∼1955)의 13남 9녀 중 한 명. 이로써 해원 옹주는 조선왕조를 잇는 대한제국 황실 최초의 여성 황위 계승자가 됐다.》

황족회는 이날 “28대 영친왕(1897∼1970)의 아들인 29대 이구 황위 계승자가 자녀 없이 작년 7월 세상을 떠나 영친왕가의 맥이 끊김에 따라 해원 옹주를 제30대 황위 계승자로 옹립했다”고 밝혔다. 황족회는 황족으로 인정을 받은 의친왕 부인들의 후손 10여 명을 주축으로 5월 결성됐다. 이들은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침탈됐을 뿐 스스로 문을 닫은 적이 없기 때문에 황실의 정통성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성주 황족회 대변인은 “해원 옹주는 의친왕가의 생존 자녀 가운데 정통성을 인정받은 가장 서열이 높은 어른이기 때문에 황실 법도에 따라 황위를 받았다”며 “여성이 황위를 잇는 것은 경국대전 등에 비추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날 승계식에 대해 “대한민국에도 황실이 존재하고 있음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한 뒤 “해원 옹주는 황실의 대표전권, 황실 유지보존 및 복원 사업권, 제31대 황위 계승 후계자 지명권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해원 옹주는 이날 대관식에서 “뿔뿔이 흩어진 황실 가족을 다시 모아 황실을 재건하는 밀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원 옹주는 남편이 6·25전쟁 때 납북된 뒤 홀로 3남 1녀를 키웠다. 1992년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으나 2002년 귀국했고 지금은 경기 하남시 풍산동의 4평짜리 월세방에서 둘째아들과 함께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이 대변인은 “이번 황위 승계는 계승자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정통성 있는 후계자를 키우겠다는 의미”라며 “빠른 시일 내에 해원 옹주의 후계자도 지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작고한 이구 씨의 후계자로 이원 씨를 입적했던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은 이날 해원 옹주의 황위 계승에 관해 “아직 공식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황족회는 “대동종약원은 문중일 뿐이며 황위 승계는 황실 직계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황족회는 해원 옹주의 황위 승계 사실을 정부와 외국 황실협회에 공문으로 알리고 외국 황실들과 교류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황위 승계식에는 흥사단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 대표와 황실 친족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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