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조각?”…김세중조각상 20주년展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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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조각상 20주년 기념전’에서 선보이는 김영원 씨의 작품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 제공 성곡미술관
‘김세중조각상 20주년 기념전’에서 선보이는 김영원 씨의 작품 ‘그림자의 그림자’. 사진 제공 성곡미술관
올해 제20회 김세중조각상을 받은 이상갑 씨의 작품 ‘장(장)’은 기존 조각의 통념을 넘어선다. 철판을 바닥과 벽에 깔아 놓은 것이 작품이다. ‘조각의 평면화’나 ‘조각의 공간화’로 보이지만, 기존 조각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임영방(전 서울대 미학과 교수) 씨는 이에 대해 “예술가의 창조적 환상을 과감히 생략하고 질료에 대한 순응과 존중을 전하려는 메시지”라며 “이로 인해 감상자는 긴장하게 되며 그의 예술은 깊은 사색을 요구한다”고 평했다.

지난해 같은 상을 받은 안규철 씨의 작품 ‘보텀리스 룸(Bottomless room)’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작품은 나무로 만든 방을 공중에 들어 올린 것으로, “조각 맞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성곡미술관이 10월 22일까지 마련하는 ‘김세중조각상 20주년 기념전’은 이처럼 한국 조각의 변천과 다양한 실험작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이상갑 안규철 씨의 작품 외에도 최인수(15회 수상) 씨의 ‘All the edge of sound’, 김인겸(18회) 씨의 ‘빈 공간’도 조각의 새 영역을 고민한 작품이다. 최 씨의 작품은 흙덩이를 굴려 기다란 기둥을 만든 뒤 철을 입힌 것이다. 김 씨의 ‘빈 공간’은 구부린 철판을 공간에 배치했다.

전시장에는 강태성(2회) 최만린(5회) 임송자(14회) 김영원(16회) 씨의 작품처럼 기존 조각 개념에 친숙한 것도 함께 선보인다. 김영원 씨의 ‘그림자의 그림자’는 제목 그대로 그림자의 그림자를 형상화한 것으로 구상 조각의 영역을 넓히면서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최만린 씨의 ‘태’는 동양적 관념의 세계를 표현했다는 설명이 비교적 쉽게 다가온다.

김세중(1928∼86)은 서울 세종로사거리 한복판에 자리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을 만든 조각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과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을 지냈으며 종교 및 공공 조각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02-737-7650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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