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속 임금님 얼굴 찾았다…초상화 일부 불탄 채로 공개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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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의 위성공신교서
이성윤의 위성공신교서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영조의 왕자(연잉군) 시절 모습, 강화도로 유배돼 ‘강화도령’으로 불렸던 철종, 18세기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문신 채제공, 암행어사 박문수….

그동안 말로만 듣던 조선시대 왕과 신하들의 얼굴이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인물 초상화 19건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올해 1월부터 공모를 통해 모은 초상화 125건 가운데 예술적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임진왜란 때 활약한 이성윤의 공신교서 및 관련 유물도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초상화에는 유숙, 이시방, 황현 등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소수 연구자들에게만 알려져 있거나 그 존재가 풍문으로만 전해졌던 작품들이다.

철종 어진(임금의 초상화)은 철종 12년(1861년) 그린 것으로 6·25전쟁 때 부산 피란 과정에서 3분의 1가량이 소실됐다. 임금이 군복을 입고 있는 초상화로는 유일한 자료. 군복의 화려한 채색, 세련된 선염, 정교한 무늬 등으로 볼 때 화원 화가들의 실력을 엿볼 수 있다. 이한철 조중묵 등 주관으로 10여 명의 화원 화가가 그렸다.

영조가 임금이 되기 전인 연잉군 시절 도사본인 ‘연잉군 초상’(18세기 초)은 녹포 단령, 검은색 녹피화 등 정장관복 차림의 영조가 사실감 있게 표현돼 있다. 이 그림은 영조 21년(1745년) 경희궁 태녕전에 봉안되었다가 경현당을 거쳐 정조 2년(1778년) 선원전으로 이봉됐다. 이 역시 3분의 1 정도 손상됐지만 영조의 얼굴, 흉배, 관대 등이 잘 드러나 있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어진은 전주 경기전의 태조 어진, 고궁박물관 소장 익종 어진 등 극소수만 남아 있다.

광해군의 6촌으로 임진왜란 당시 광해군을 호위하며 공을 세워 위성공신이 된 이성윤을 그린 ‘이성윤 초상’(17세기 초)도 주목할 만하다. 금, 은색을 화려하게 사용했으며 선이 선명하고 묘사도 정교해 17세기 초반 공신 초상 중 최고작으로 평가된다. 또한 조사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이성윤 위성공신교서(광해군 5년)도 발견됐다.

문화재청 손명희 학예사는 “이 교서는 당시 교서의 양식과 문체 연구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며 “초상화뿐만 아니라 초상화를 보관하던 함, 관련 유물 등을 함께 조사해 기존의 초상화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정조시대 탕평정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채제공 금관조복본’(1784년)은 18세기 최고의 초상화 화가인 이명기의 작품이다. 전신상으로 돼 있는 채제공 초상화는 서양화법인 명암을 가미한 사실적 얼굴 묘사와 선명하게 그려진 금관조복 채색 등으로 높은 회화적 가치가 있다.

이 밖에 얼굴은 이명기, 몸통은 김홍도가 그린 ‘서직수 초상’(1796년), 암행어사 ‘박문수 초상’(18세기 중반) 등도 관심의 대상이다. 문화재청은 “전체 조사대상 초상화 중 이번에 지정 예고한 19건 이외에 16건의 초상화를 더 조사하고 있다”며 “검토 과정을 거쳐 12월 일괄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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