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송’에 중독중독중독…음절-가사 반복되는 중독송 화제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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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단어나 문장을 반복시켜 만든 ‘중독송’. 왼쪽부터 일본 명란젓 스파게티소스 광고 ‘다라코’, “쫀득쫀득 초코초코 초코퍼지”가 반복되는 ‘초코퍼지’ 광고, ‘Badger(오소리)’라는 단어가 빠르게 반복돼 마치 팥죽처럼 들리는 일명 ‘팥죽송’의 플래시 애니메이션 장면.
특정 단어나 문장을 반복시켜 만든 ‘중독송’. 왼쪽부터 일본 명란젓 스파게티소스 광고 ‘다라코’, “쫀득쫀득 초코초코 초코퍼지”가 반복되는 ‘초코퍼지’ 광고, ‘Badger(오소리)’라는 단어가 빠르게 반복돼 마치 팥죽처럼 들리는 일명 ‘팥죽송’의 플래시 애니메이션 장면.
“‘다라코송’ 모르세요? 이거 한 번 들으면 빠져나올 수 없어요.”

대학생 김정욱(24) 씨가 최근 즐겨 듣는 음악은 ‘다라코(たらこ)송’. 일본어로 명란젓이란 뜻의 이 노래를 김 씨는 MP3플레이어에 담아 자기 전까지 10번 이상 듣는다.

여자 초등학생 2명이 “다라코 다라코”라며 구슬프게 부르는 이 노래는 일본의 명란젓 스파게티소스 광고음악이다. 또 명란젓을 상징하는 인형 100여 개가 노래하는 동영상도 화제다. 이 곡은 6일 일본에서 싱글 음반으로 발매돼 당일 오리콘 싱글차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 씨는 “다라코란 단어가 반복되는 것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 대중음악, 중독에 빠지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노점상을 하는 윤순자 씨는 인터넷에서 ‘훌룰루 할머니’로 통한다. 두 달 전 ‘서울에 대규모 벌레 떼 출현’이라는 내용의 방송 보도에서 윤 씨가 “벌레 떼가 훌룰룰룰룰룰루 날아올라”라는 짤막한 인터뷰를 한 것. 이 후 누리꾼들은 이를 힙합이나 댄스 음악으로 리믹스해 ‘훌룰루송’을 만들었다. 단순한 ‘훌룰룰루’의 반복뿐인 이 노래도 “중독성이 강하다”는 평을 받으며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같은 단어나 리듬이 반복되는 ‘중독송’은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음악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대중성’보다 ‘중독성’의 유무가 누리꾼들에게 더 와 닿는 것이다.

‘중독송’은 지난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개그맨 정만호의 주제가로 알려진 “뚫훑뚫훑뚫훑 따다다∼”(일명 ‘뚫훑송’)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마이야히송’으로 알려진 몰도바 출신의 댄스그룹 ‘O-Zone’의 ‘드라고스테아 딘 테이’는 탤런트 현영의 ‘누나의 꿈’으로 리메이크됐으며 “고래가 새우를 삼켜버렸다”가 반복되는 ‘고래송’은 구슬픈 중독송으로 인기를 얻었다.

만화 주인공이 파를 돌리며 “히비리비 야빠”라고 부르는 ‘파돌리기송’이나 ‘Badger(오소리)’라는 단어가 빠르게 반복돼 ‘팥죽’처럼 들리는 일명 ‘팥죽송’ 등 외국산 중독송도 누리꾼들이 찾아냈다.

‘중독송’들의 인기는 광고음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우깡’ ‘스크류바’ 같은 옛 광고음악은 기승전결이 갖춰진 노래인 반면 최근 “쫀득쫀득 초코초코 초코퍼지”를 반복하는 ‘초코퍼지’나 “세라세라세라 세라토” 하는 ‘세라토’ 광고음악은 최소한의 음악적 형식마저 파괴한 ‘동어 반복형’이다.

○ 반복을 통한 위안

‘중독송’ 문화는 음악을 대량 소비하는 ‘디지털 음악’과 인터넷 유희 문화의 합작품이다. 누리꾼들은 TV 인터뷰에서 해외 가수들의 노래까지 재미있는 구절은 모두 수집해 중독송을 생산해 낸다. 동시에 남이 만들거나 발견해 낸 중독송에도 열광한다.

중독송에는 복잡한 사회 속에서 단순함으로 위안을 받으려는 심리가 담겨 있다. 광고음악제작사 ‘아프로’의 김시환(41) 음악감독은 “사회가 다변화될수록 불필요한 말 대신 핵심 단어를 반복적으로 제시한 ‘세뇌’형 광고음악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서울대 서이종 사회학과 교수는 “누리꾼들은 가사나 멜로디를 무시한 채 단어를 반복하면서 단어 속 리듬감을 극대화시켜 즐거움을 얻는다”며 “이는 주술처럼 반복을 통해 위안을 얻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소아정신과 노경선 교수는 “중독송에 열광하는 현상은 스스로 정보화 사회 속의 기계 부속품 같은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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