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73년 평양지하철 개통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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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최초로 지하철이 개통된 도시는 어디일까.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것은 1974년 8월 15일. 북한의 평양 지하철은 약 1년 앞선 1973년 9월 5일에 첫 운행을 시작했다.

평양 지하철(총연장 34km)은 남북으로 놓인 천리마선(12km)과 동서로 놓인 혁신선(20km), 천리마선의 연장인 만경대선(2km)으로 이뤄져 있다. 모두 17개 역의 이름은 지리적인 위치와는 관계없다. ‘붉은별역’ ‘건국역’ ‘전승역’ 등 북한의 정치 구호를 주제로 한 이름이 많다.

외국인들의 관광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북한의 지하철 역사 내부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샹들리에와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고, 벽면에는 혁명을 상징하는 벽화와 조각으로 장식돼 ‘지하 궁전’이나 ‘지하 평양’이라고 불릴 정도다. 방문객은 가장 화려하게 꾸며진 부흥역과 영광역 사이의 구간을 타도록 안내받는다. 물론 잘 차려 입은 북한 시민들이 지하철에 동승한다.

그러나 이 구간 외에 평양 지하철이 실제로 운행되느냐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많다. 대부분의 노선이 베일에 싸여 있어서다.

평양 지하철은 100∼120m의 지하로만 달린다. 이 때문에 지하의 역까지 가려면 수백 m에 이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평양 지하철이 도심 지하의 군사용 시설과 연계돼 ‘초대형 벙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승강장 입구는 60∼80t의 두꺼운 아연 재질의 문이 설치돼 핵폭탄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력난을 겪는 북한의 실정에 엄청난 길이의 에스컬레이터를 가동하기란 쉽지 않다. 평양 지하철은 현재 통근용으로 평일 아침과 저녁 ‘첨두시간’(러시아워)에만 운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절전을 위해 역내에 조명을 희미하게 켜놓거나 아예 꺼놓은 곳도 있으며, 정전으로 터널 속 열차 멈춤 사고도 빈번하다는 보고도 많다.

지하철 개통으로만 따져 보면 1970년대 초반까지 서울과 평양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30년이 흐른 오늘날, 평양 지하철에 비해 서울 지하철(265개 역·총연장 286.9km·수송 인원 연간 22억 명)의 발전은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에 가깝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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