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富의 중심축 아시아로…‘부의 미래’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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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미래/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 지음·김종웅 옮김/656쪽·1만9800원·청림출판

나라 안팎이 연일 혼란 속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북핵 문제까지 눈 돌릴 틈 없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정세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잠잠해지고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는 온통 ‘바다이야기’가 채워졌다. 마치 이슈의 한복판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연일 새로운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과연 대한민국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때는 석학의 미래 예측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사진)가 15년 만에 내놓은 새 책 ‘부의 미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토플러는 부인인 미래학자 하이디 토플러와 함께 ‘제3물결’ ‘미래쇼크’ 등 탁월한 저서를 집필했으며, 이 책에도 하이디가 참여했다. ‘제3물결’을 통해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 준 바 있는 토플러는 이번에도 녹슬지 않은 번득이는 혜안을 보여 준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의외로 ‘시간, 공간, 지식’이라는 다소 평범한 요인이다. 하지만 평범함 속에서 진리를 찾아 가는 능력에는 ‘과연!’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 시간, 공간, 지식이 미래사회 혁명적 부 생산

토플러는 ‘시간, 공간, 지식’이 앞으로 미래 사회를 주도할 혁명적 부를 만들어낼 심층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고개가 갸웃거려질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더 책장을 넘겨 보자.

먼저 시간과 관련하여 토플러는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이 속도의 충돌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경제 발전의 속도를 사회 제도나 정책 등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갖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예를 들어 혁신적 기술, 조직 구조로 중무장한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고, 그 뒤를 비정부기구(NGO)들이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노조, 정부, 학교 등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고, 그나마 법제도는 시속 1마일의 속도로 앞서 가는 기업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형국을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런데 이게 어디 미국만의 문제겠는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가늠하는 무수한 법제도가 대체 언제 생겨난 것인지 알고 있는가? 혹은 교육의 문제를 한번 살펴보자. 기업이 요구하는 지식의 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전과는 달리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훨씬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 그런데 과연 오늘날 한국의 교육이 이를 적절하게 뒷받침하고 있는가? 많이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사교육문제는 교육제도가 시대에 발맞추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두 번째로 공간과 관련하여 그가 내놓은 예측은 좀 더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총괄하여 ‘지각변동’으로 칭했는데, 현재 세계의 패권국인 미국이 가지고 있는 부의 중심축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로 옮겨지는 지각변동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사실 중국이나 인도의 부상은 이제 새로울 것 없이 기정사실화되었지만 토플러가 들여다본 중국의 현재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이상이다. 이는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대한민국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한편 미국이 왜 현재의 패권을 잃을 수밖에 없는가를 ‘내부 폭발’로 다룬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제 지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이미 전작을 통해 ‘지식사회’와 ‘지식혁명’에 관한 통찰력을 보여 준 토플러는 이번에도 ‘무용지식(Obsoledge)’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지식의 특성에 관해 설명하고 이것과 부의 미래가 가지는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무용한 지식을 골라내고,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사실 무수히 많은 정보가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를 타고 흘러 다니고 있다. 취사선택은 이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어제 진실이었다 해도 오늘도 진실이라고 확언할 수 없는 시대, 이런 상황에서 개인과 국가 사회가 미래의 부를 거머쥐려면 유용한 것들을 골라내는 정확한 잣대를 가져야 한다.

○ 자본주의 미래 희망적 메시지 제시

마지막으로 토플러는 여러 가지 극한 상황에 대해 자본주의가 가져온 데카당스(퇴폐)적 문제에 일침을 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재의 자본주의가 미래의 혁명적 부를 담을 그릇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가 미래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잃지 않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생각건대 이 책을 통해 2006년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를 가늠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원제 ‘Revolutionary Wealth’(2006년).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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