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프랑스 요리는 비싸고 어렵다?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팔레드 고몽은 미각과 시각을 아우르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프랑스 와인 리스트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사진 제공 팔레드 고몽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팔레드 고몽은 미각과 시각을 아우르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프랑스 와인 리스트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사진 제공 팔레드 고몽
값은 비싸지만 프랑스 요리에서 아주 많이 사용되는 재료인 캐비아.
값은 비싸지만 프랑스 요리에서 아주 많이 사용되는 재료인 캐비아.
트뤼프향 브로콜리를 곁들인 전복 요리. 비스큐 소스를 뿌렸다.
트뤼프향 브로콜리를 곁들인 전복 요리. 비스큐 소스를 뿌렸다.
《‘값이 비싸고, 식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주문하기 어렵고….’

프랑스 요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서양 요리의 아이콘인 프랑스 요리가 한국에서는 돈 많은 이들이나 먹는 ‘귀한 음식’의 대명사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정장이나 드레스를 입고 프랑스 와인을 줄줄 읊을 수 있어야 프랑스 요리를 주문할 자격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마치 ‘보통 사람’은 오르지 못할 에베레스트 산처럼. 하지만 이건 오해다. 적어도 2000년대에 들어선 그렇다.

프랑스 본토의 맛을 살린 요리를 청담동, 삼청동, 이태원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쉽게 즐길 수 있다.

그것도 3만∼5만 원대의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이탈리아 식당의 파스타 한 접시가 2만 원 안팎인 곳도 수두룩하다.

소중한 사람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면 환상적인 분위기에서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다. 마치 프랑스 궁궐에 온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여기에 프랑스 요리의 특징을 알고 먹으면 금상첨화.》

프랑스 요리의 대가인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박효남(45) 총주방장, 프랑스 와인 전문가이면서 7년째 강남 청담동에서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서현민(40) 대표, 프랑스 요리 연구가 김수미(39) 씨에게 ‘프랑스 요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 재료의 미학

프랑스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는 푸아그라(거위 간), 캐비아(철갑상어알), 트뤼프(송로버섯) 등 ‘3대 진미’를 포함해 무궁무진하다. 프랑스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프랑스 식민지에서 나는 재료도 함께 요리에 사용할 수 있었던 덕택이다.

프랑스 요리는 가능하면 좋고 비싼 재료를 쓴다. 음식 값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40%에 이른다. 다른 요리들은 대개 25∼30%. 그래서 상대적으로 음식 값이 비싸다.

요리에 들어간 재료들이 각각의 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다른 재료에 기죽거나 보조 역할에 그치지 않고 모든 재료가 자신의 맛과 색깔을 낸다.

○ 맛+α(알파)

‘맛’은 기본이다. 주방장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즉, ‘멋’을 보여줘야 한다. 첫 요리부터 마지막 디저트까지. 이를 주방장의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요리가 화려하고 아름다워 음식이 아닌 ‘예술’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디저트와 소스

프랑스 요리는 디저트로 평가된다. 디저트만 만드는 조리사가 따로 있을 정도. 메인요리를 먹고 ‘이제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디저트를 대하면 다시 식욕이 샘솟는다.

소스는 주 요리, 가니시(요리에 곁들이는 고명)와 함께 프랑스 요리의 3박자다. 특히 소스는 주 요리와 엄격하게 궁합을 맞춰야 한다. 거위 간 소스는 거위 뼈로 국물을 내고, 생선 소스는 주 요리에 사용한 생선의 뼈와 야채로 만든다.

○ 몇 가지 변화들

21세기 들어 정통 프랑스 요리에 동양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고유의 식재료를 바탕으로 일본 중국 베트남 등 동양에서 쓰이는 각종 향신료와 소스를 사용해 새로운 형태의 요리를 등장시켰다. 현존 최고의 프랑스 요리사로 미슐랭의 레스토랑 등급 평가 최고인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을 두 개나 운영하는 알랭 뒤카스 씨의 요리가 대표적이다.

코스마다 한 접시에 한 가지 음식을 담아 나오는 방식도 달라졌다. 한 접시에 3, 4가지의 다른 요리를 아주 조금씩 담아내기도 한다. 심지어 한 접시에 생선과 육류를 함께 내놓는 것은 ‘엉터리’라는 기존 공식도 깨졌다. 메인요리 접시에 바다가재와 거위 간, 쇠고기와 생선이 함께 나오는 것이 새로운 유행이 됐다.

양도 줄었다. 10가지 코스가 넘는 오트 퀴진(풀코스 정찬)은 특별한 날에나 먹고 전채, 메인, 디저트 등 3, 4가지만 골라 주문하는 ‘미니 코스’가 인기다.

○ 조리법도 변화

생크림과 버터를 많이 쓰는 고지방 고칼로리의 전통 조리법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기름기를 빼고 올리브오일을 사용하는 참살이(웰빙) 조리법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재료를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하는 게 최근의 추세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해장국인 포토푸를 보자. 원래 쇠고기를 쇠뼈와 당근, 무와 함께 푹 삶은 뒤 국물은 스푼으로 떠먹고 고기는 소금이나 겨자에 찍어 먹었다. 하지만 요즘엔 고기를 일일이 얇게 찢어 틀에 넣어 젤라틴으로 굳힌 다음 썰어 먹는다.

이런 프랑스 요리의 새 바람은 20세기 프랑스 요리의 대가인 폴 보퀴즈 씨와 제자들의 노력으로 일어났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