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금기를 금기시하라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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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내일-토끼사냥의 필연’전의 전시작 ‘휴먼스트림’. 최문선 김민선 부부가 팀을 이룬 ‘뮌’의 작품으로, 우상에 매몰돼 한낱 깃털에 불과한 군중의 심리를 담았다. 가운데 서 있는 이들이 작가. 사진 제공 소마미술관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내일-토끼사냥의 필연’전의 전시작 ‘휴먼스트림’. 최문선 김민선 부부가 팀을 이룬 ‘뮌’의 작품으로, 우상에 매몰돼 한낱 깃털에 불과한 군중의 심리를 담았다. 가운데 서 있는 이들이 작가. 사진 제공 소마미술관
실험은 벽을 부수는 도발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도발의 충동을 즐긴다. 자기 작품의 정체를 한 꺼풀씩 드러내는 재미가 있고, 관객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 무더위만큼이나 답답한 기존의 장벽을 넘어 보려는 실험적인 전시가 두 곳에서 열린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마미술관(02-410-1066)에서 9월 7일까지 열리는 ‘내일-토끼 사냥의 필연’전과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 세줄(02-391-9171)에서 8월 27일까지 열리는 ‘퍼니 퍼니(Funny Funny)’전이 그것.

‘내일-토끼 사냥의 필연’은 국내에서 드물게 공동 작업을 하는 5개 팀이 작품을 선보인다. 집단 ‘막’을 비롯해 ‘뮌’(최문선+김민선) ‘입김’ ‘최승훈+박선민’ ‘플라잉시티’가 전시에 참여한다. 전시 제목의 ‘토끼 사냥’은 토끼몰이에 필요한 공동 작업이라는 뜻이다.

집단 ‘막’의 ‘인카네이션’은 서울대 서양화과 출신 4명이 모여 개별 작업을 통해 또 다른 전체를 만들어 낸 작품이다. 작가 개개인이 인간의 형체를 비닐에 싸는 작업을 하고 이를 한자리에 모았다. 괴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플라잉시티’의 ‘메이드 인 청계천’은 청계천 인근 서울 중구 입정동 공구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사용했다. 생산 현장에서 사용되는 제품을 그대로 작품의 요소로 도입해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플라잉시티’는 2001년에 결성된 이래 이제는 디자인 회사로 자리 잡았다.

‘최승훈+박선민’은 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뒤 사진으로 방향을 바꾼 부부 작가팀. 조각을 하던 이들이 평면으로 간 사실이 흥미롭다. 작품은 부부가 개별로 찍은 전혀 다른 이미지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상상을 자극한다.

평면과 입체에서 다양한 실험을 도모한 ‘퍼니 퍼니’전은 20대 후반∼30대 중반의 젊은 작가 10명이 참여한 전시. 김은영의 ‘페이스 투 페이스’는 그림 속 얼굴의 시선이 관객의 시선과 마주친다. 작가는 “서로 마주 보면서 각각 다른 생각을 하는 내면의 복잡함을 담았다”고 말했다.

송명진의 ‘내로 패스(narrow path)’는 풀 모양을 한 녹색의 형체로 판타지를 빚어낸다. 작가는 구름이 피어나거나 화산이 폭발하는 순간을 포착해 일정 형태를 부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유영운의 ‘배드맨(Badman)’은 잡지 종이나 전단지를 소재로 한 조각. 작가는 소재와 주제 측면에서 동시에 실험을 한다. 배드맨은 배트맨과 닮았는데 매스미디어가 개인의 정체성을 앗아 가는 현실을 꼬집은 작품이다.

이들 전시는 실험성이 짙어 관객들에게 낯설게 보일 듯하지만 갤러리 세줄의 이수경 매니저는 “방학이어서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긴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실험이나 도발이 주는 재미에 더 익숙한 듯하다.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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