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어서오라는 郡!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코멘트
전남 장흥군 대덕읍 천관산 중턱 소나무 숲에는 장흥에서 태어났거나 인연이 있는 국내 유명 문인 53명의 육필원고가 새겨진 문학비가 늘어서 있다. 문학공원을 찾은 탐방객들이 문학비에 새겨진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감상하고 있다. 장흥=박영철 기자
전남 장흥군 대덕읍 천관산 중턱 소나무 숲에는 장흥에서 태어났거나 인연이 있는 국내 유명 문인 53명의 육필원고가 새겨진 문학비가 늘어서 있다. 문학공원을 찾은 탐방객들이 문학비에 새겨진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감상하고 있다. 장흥=박영철 기자
‘앉은 자리가/꽃자리니라/네가 시방/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그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

31일 오후 전남 장흥군 대덕읍 천관산 문학공원.

산 중턱 탑산사 아래 소나무 숲에는 3년 전 타계한 구상 시인의 시 ‘꽃자리’가 자연석에 새겨져 있다.

그 주변으로 차범석 최일남 이청준 한승원 박범신 양귀자 씨 등 유명 문인 53명의 육필원고가 새겨진 문학비가 발길을 붙잡는다.

문학비 사이엔 높이 15m, 폭 9m의 문탑(文塔)이 우뚝 서 있다. 문탑 밑에는 이들 작가의 원고와 연보 등이 캡슐로 제작돼 묻혀 있다.

문향(文香) 그윽한 공원에는 주민들이 쌓은 100여 개의 돌탑도 있다. 그리 크지 않지만 둥그렇거나 밋밋하게 쌓아 올린 돌탑이 문학비와 어울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천관산 문학공원은 4년 전 주민들이 만들었다.

김석중(58) 장흥별곡문학동인회장은 “문인을 많이 배출한 고장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남도 땅과 문학적 인연이 깊은 작가들의 글을 받아 돌에 새겼다”며 “앞으로 세계 유명 작가의 문학비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로부터 ‘문림의향(文林義鄕)’으로 불려 온 장흥은 현대문학의 산실이다.

소설가 송기숙 이청준 한승원 씨 등 한국 문단의 거인들이 이곳에서 배출됐고 신춘문예와 문예지 등을 통해 등단한 문인이 7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문맥을 형성하고 있다.

문학 자원이 풍성하다 보니 발길 닿는 곳마다 작품의 현장이다.

한승원 씨의 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의 주인공 순녀가 태어난 박림소, 이승우 씨의 소설 ‘샘섬’의 무대인 돌섬, 송기숙 씨 소설 ‘녹두장군’의 최후의 격전지인 포곡마을, 임권택 감독의 영화이자 이청준 씨의 문학작품인 ‘축제’의 배경이 된 남포리 등.

이 때문에 작품 현장을 찾거나 작가를 만나 문학의 향기를 느끼려는 탐방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11년 전 귀향해 안양면에 ‘해산토굴’이란 집을 짓고 글을 쓰는 한승원(68) 씨는 “소설책 한 권씩을 들고 찾아온 독자들과 감나무 밑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정말 행복하다”며 “선물로 포도주를 가져오고 특산품이라며 멸치 한 포대를 내밀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장흥에선 요즘 출신 작가의 생가를 복원하고 문학관을 건립하는 문학 마케팅이 한창이다.

장흥군과 장흥군문화원, 장흥별곡문학동인회가 주축이 돼 지난해 소설가 이청준 씨의 생가를 복원한 데 이어 올해는 송기숙과 한승원 씨의 생가를 옛 모습대로 꾸밀 계획이다.

이청준 씨 생가에 가면 대표작인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등의 작품 소개와 작가의 추억이 어린 사진첩, 작품전집 등을 볼 수 있다.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천관산 문학관’도 건립 중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연건평 400평 규모로 전시실, 세미나실, 작가들이 단기간 머물면서 집필 활동을 할 수 있는 창작실이 2008년까지 들어선다.

군과 지역 문인들은 국내 최초로 국립문학박물관을 세우고 장흥 출신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지원하기 위한 작품 번역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봉준 장흥군 문화관광과장은 “이 지역 출신 문인들의 고향 사랑과 연대감은 문단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유별나다”며 “주민과 자치단체가 하나가 돼 장흥을 한국문학의 본향이자 메카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나씩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흥=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