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열기 속으로 30선]<28>달리기와 존재하기

  • 입력 2006년 6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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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달릴 때 나는 철학자가 된다. 그 순간,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나는 다른 사람이나 이슈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미워할 겨를도 없다. 미워하는 데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관심과 시간과 힘을 쏟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15년 동안 수천 시간을 길 위에서 달렸지만 단 1분도 화를 내 본 기억이 없다. 내가 빠져드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다. 달리기 시작해서 처음 30분은 내 몸을 위해 달리지만 나머지 30분은 내 영혼을 위해 달린다.―본문 중에서》

여러분은 화가 날 때 무엇을 하는가? 고민거리가 있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드라마에서는 술을 마신다. 하지만 이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일시적으로 잊을 수는 있어도 몸만 상한다. 술에서 깨면 고민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보다는 걷거나 뛰는 것을 권하고 싶다. 땀을 흘리면 영혼이 맑아진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가 명료해진다. 심각하다고 생각한 문제가 별것 아닌 걸로 생각되기도 한다. 숨이 턱까지 차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언지 알 수 있다.

조지 쉬언이 지은 ‘달리기와 존재하기’는 달리기에 대한 책이지만 사실은 명상에 대한 책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준다. 쉬언은 심장병 전문의이며 무척 열심히 달리는 러너이다. 의사 생활이 무료하다고 생각했을 때 그가 선택한 ‘다른 일’은 달리기였다. 이 책은 고통스러운 자신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점차 러너가 되어가는 저자 자신을 관찰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우리들은 가면을 쓰고 지낸다. 심지어 자신에게까지 자신의 생각을 감춘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 외치지만 애써 이를 외면한다. 그리고 혹시 그런 마음을 다른 사람이 알아차릴까봐 힘들어 한다. 하지만 힘든 운동을 하고 나면 그런 가면을 벗을 수밖에 없다. 달리기는 내면의 풍경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해 준다. 우리가 서로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건 경기가 끝난 뒤다. 그때 우리의 눈빛은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낀다.

젊게 살기 위해서도 달리기는 필요하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나이와 싸우지 않는다. 지루함, 반복적인 일상,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위험과 맞서 싸운다. 살아가는 목적을 깊이 따져보지 못한 채, 시간만 죽이며 살아갈 수도 있다. 나이를 더 먹고 싶지 않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몸과 생각과 감정과 함께 어우러져 신나게 놀아야 한다. 달리기를 통해 제아무리 나이 든 사람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담배를 끊는 최선의 방법 또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달리다 보면 몸에서 울리는 신호를 들을 수 있다. 불규칙한 심장 뛰는 소리와 숨 막힘, 따끔거리는 목, 현기증…자신이 얼마나 엉망으로 자신의 몸을 학대했는지 알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단거리 달리기는 육체적인 운동이다. 마라톤은 심리적인 운동이다. 1마일 달리기는 육체적이고 심리적이고 영적인 운동이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를 즐기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거기에 맞게 생활하는 것이다. 쓸데없이 심각해지지 않고, 엉뚱한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몸뿐 아니라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이 달리는 것이다. 달리는 것은 최고의 명상 도구임을 이 책은 말해 준다.

한근태 한스컨설팅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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