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맛따라]충남 태안 박속낙지… 전계탕… 맛깔진 밥상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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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박속낙지탕. 박의 속을 넣고 끓인 국물에 낙지를 넣어야 제 맛이 난다는 사실을 알아낸 맛감각은 감탄할 만하다. 네모진 하얀 채소가 박속. 태안=조성하 여행전문기자
태안의 박속낙지탕. 박의 속을 넣고 끓인 국물에 낙지를 넣어야 제 맛이 난다는 사실을 알아낸 맛감각은 감탄할 만하다. 네모진 하얀 채소가 박속. 태안=조성하 여행전문기자
30년 동안 꽃게장과 우럭젓국으로 백반상을 내온 토담집 주인 윤순철 씨.
30년 동안 꽃게장과 우럭젓국으로 백반상을 내온 토담집 주인 윤순철 씨.
《충남 안면도와 한몸되어 남북으로 누운 태안반도. ‘모래바람 언덕’ 신두리가 있는 곳이다. 반도에는 수륙 양면에 접한 덕분에 음식이 발달한다. 태안이 ‘밥상천국’이 된 것도 그러하다. 6월 태안반도의 제철 제 맛을 찾아 떠난다.》

태안에서는 혀가 즐겁다. 태산이 무너져도 동날 리 없을 만큼 다양한 음식 덕분이다. 1월은 간재미 숭어 생굴 아귀, 2월은 광어 바지락 대합, 3월은 바지락 실치, 4월은 주꾸미 놀래미, 5월은 갑오징어 꽃게…. 우럭은 연중 난다.

6월 태안. 제철 제 맛은 낙지와 갑오징어, 막 수확한 6쪽마늘이다. 낙지만큼 다양한 식재료도 없다. 목포의 세발낙지회, 영암(독천)의 갈낙탕, 무안의 ‘기절낙지’(산 채로 대소쿠리에 비벼 막걸리식초 간장에 찍어 먹는 것), 서울 무교동의 매운 낙지볶음 등.

낙지요리의 태안버전은 ‘박속낙지’ ‘밀국낙지’다. 지금은 낙지가 알을 낳고 1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는 산란기. 동시에 세발낙지 시즌이 열린다. 박속낙지는 박의 속으로 우려낸 말간 국물에 낙지를 넣고 끓인 연포탕. 그 시원한 국물 맛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다. 박속과 낙지의 절묘한 만남. 반도 태안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밀국’은 연포탕 국물로 끓인 수제비. ‘보릿고개’를 넘긴 농가에서 이즈음 수확된 밀과 낙지로 영양을 섭취했던 어렵던 시절의 음식이다.

원북면 입구의 ‘삼거리 한우식관’은 ‘원북 박속낙지탕’으로 이름난 곳. 주인 조규수 씨는 “박속낙지탕을 먹은 뒤 그 ‘멀국’(건더기가 없는 국물)에 국수와 수제비를 넣어 밀국을 끓인다”며 “박속낙지탕 맛의 비결은 집집마다 다른 낙지와 국물 맛에 있는데 수입 낙지를 쓰는 곳도 많으니 산지(바닷가)에서 드시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1인분(낙지 큰 것 1.5마리)에 1만3000원 선.

태안에는 ‘육지+바다’ 스타일의 토속 음식이 많다. 그 핵심은 태안명물 ‘6쪽마늘’이다. 이 마늘은 ‘서산 6쪽마늘’에 눌렸다가 최근 대접을 받기 시작했는데 사연은 이렇다.

“서산 6쪽마늘의 본산은 태안입니다. 1989년 태안이 군으로 승격되기 전 서산군의 한 읍으로 소속된 바람에 서산마늘로 알려졌지요. 16일부터 열리는 ‘태안 6쪽마늘 요리축제’는 ‘6쪽마늘 종가’인 태안을 알리려는 행사입니다.” 태안군청 송숙현(기획감사실) 씨의 설명이다. 6쪽마늘은 10일부터 일제히 수확에 들어갔다.

몽산포해수욕장 옆 몽대포구의 ‘몽대횟집’. 이곳에선 갑오징어의 배 안에 마늘을 듬뿍 넣고 삶은 ‘갑오징어 마늘찜’을 맛보았다. 메뉴에 없으니 따로 시켜야 한다. 태안반도 북쪽 이원면의 삼광회타운(내리)에는 6쪽마늘을 통째로 수북이 넣고 전복 해삼 더덕과 함께 푹 끓인 닭백숙 ‘전계탕’이 있다.

전계탕은 태안군청 공무원 몇몇이 ‘밥상천국 태안’을 위해 만든 모임 ‘먹자회’가 개발한 토종 메뉴. 박속낙지 못지않게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지만 마늘 더덕 대추가 닭 전복 해삼과 한데 어우러져 쏟아낸 영양분에 더 관심이 간다. 한여름 보양식으로 그만일 듯. 2시간 전 주문은 필수. 한 냄비(전복 500g 포함·시가 5만원)에 10만원.

태안=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벌집 넣어 꽃게 비린내 없애

‘밥상 천국’ 태안의 황태자라고 하면 꽃게장과 우럭젓국이다.

태안 읍내의 ‘토담집’. 간판과 달리 집은 콘크리트 건물이다. “토속음식 낸다고 해서 붙인 건디….” 30년째 꽃게장과 우럭젓국을 내온 윤순철(59) 씨. 역시 이름과 달리 여성이다.

“30년 전 개업 때는 그냥 백반 집이었지. 게장은 다섯 마리고 열 마리고 달라는 대로 줬어. 공짜로. 게가 바지게(바가지)로 내버릴 만큼 많았으니께. 아마 1kg에 1000원, 2000원밖에 안 했을 거여.”

태안에서 태어나 인근 전라도 땅도 밟지 못했다는 윤 씨. 구수한 사투리로 풀어 내는 꽃게 스토리가 쉼없이 이어졌다. “태안 꽃게는 노량진 수산시장 가 보면 알아. 저 아랫녘 것보다 곱으로 비싸. 물살과 물때, 염도와 온도가 달라설 거여. 여기 것은 야물거리는디.”

이제는 맛을 볼 차례. 게딱지를 열자 노랗고 빨간 게장이 딱지와 내장에 꽉 들어 있었다. 게장은 짜지 않아 좋았다. 간장은 감칠맛이 났고 게는 어린이나 노인이 씹을 수 있을 만큼 딱딱하지 않았다. 소문날 만한 맛이었다. “그게 태안꽃게여. 글구 꽃게장은 봄 꽃게로 담가야 혀. 봄 사리라야 살도 차고 장도 있어. 가을 꽃게는 장이 없어. 간장도 전부 내가 담가. 각종 야채로 만든 소스에 벌집도 많이 넣어. 꽃게 비린내 없애는 데는 벌집이 최고여.”

봄 꽃게 철이 오면 1년치를 한꺼번에 사들인다. 그것도 암컷으로만. 게장은 매일 담그는데 하루치만 해동시킨 뒤 냉장고 안 간장독에서 사흘간 숙성시켜 낸다.

우럭젓국은 염장해 말린 우럭 살을 뜯어 두었다가 쌀뜨물에 채친 두부를 올려 즉석에서 끓인 시원한 탕. 해장국으로 일품이다.

▽식당 정보 △가격: 백반 1인분(꽃게장 한 마리) 2만 원. 택배는 1kg(4마리) 6만 원. 우럭젓국 8000원 △위치: 태안등기소 건너편 △전화:041-674-4561

○여행 정보

▽태안 △군청: www.taean.go.kr △찾아가기: 서해안고속도로∼서산 나들목∼국도 32호선 △관광안내: 041-670-2544 △버스터미널: 041-674-2009 △유람선(안흥항) △외항: 041-674-1603 △내항:041-675-5220

▽맛집 △삼거리 한우식관: 041-672-4540 △몽대횟집: 041-672-2254 △삼광리회타운: 041-675-9944

▽행사 △6쪽마늘요리축제: 16∼18일 태안군청 앞. 1만 원에 한 접(1만5000원 이상) 수확 체험행사. 041-670-2830 △백합꽃축제: 16∼25일 태안읍 송암리. 1만2000평의 구릉을 2700만 송이의 백합꽃으로 장식. 041-670-2830 △찾아가기: 마늘요리축제장 출발 셔틀버스. 32번 국도∼태안읍∼77번 지방도(안면도 방향)∼충남전기(좌회전)∼3.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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