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죽음, 또 하나의 세계’…‘사후세계 체험’

  • 입력 2006년 5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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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또 하나의 세계/최준식 지음/320쪽·1만5000원·동아시아

“삶은 영원한 것/사랑은 죽지 않는 것/죽음은 다만 하나의 지평선에 불과한 것/그리고 지평선이란 우리 시야의 한계일 뿐….”(R W 레이먼드)

사후생(死後生)은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여기’ 머물러야 할 테니 말이다. 다만 근사(近死)체험(Near Death Experience)을 했다는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죽음 저 너머, 또 하나의 세계를 엿볼 뿐이다.

근사체험자들은 거개가 체외 이탈을 경험한다고 한다. 정신은 더욱 또렷해져 자신의 과거가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며 어떤 초월적인 평화감에 젖어 든다고 한다.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사람들은 놀라운 삶의 변화를 겪는다. 일상 속의 삶은 한껏 고양되고 작고 사소한 데서 큰 기쁨을 느낀다. 물질에 대한 욕심이 공허하고 무의미하다고 여기며 영적인 인간으로 변해 간다. 신의 존재를 확신한다. 더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서다. 저자는 서구에서 활발하게 연구돼 온 ‘죽음학’을 통해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웰빙(참살이) 못지않게 중요한 ‘웰 엔딩(well ending)’의 길로 인도하고자 한다.

15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히로니뮈스 보스의 작품 ‘가장 높은 하늘로의 승천’. 갓 몸을 벗어난 영혼이 빛을 향해 깜깜한 터널 속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제공 동아시아

“죽음을 삶과 따로 떼어 놓을 수 있겠는가. 죽음에 대한 연구, 그것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진지한 고민이다. 실제적인 학문이다.”

과학자들은 근사체험이 산소 결핍이나 특정 신경물질의 분비로 인한 환각, 즉 ‘뇌내(腦內)현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과학은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후세계를 부정한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었던 사람이 체외 이탈 체험을 한 뒤 보았던 것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고를 당해 현장에서 정신을 잃은 사람이 나중에 병원에서 깨어나 구급차량의 번호까지 기억하는 경우는?

“초현실적인 현상은 그것을 믿고 싶은 사람한테는 항상 충분한 증거가 있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겐 충분한 모호함이 있다”(윌리엄 제임스)고 했던가.

저자는 한사코 죽음을 배척하려 드는 현대인들에게 이슬람 신비주의자 루미의 말을 들려준다.

“죽음이 너에게 나쁜 짓을 한 적이 있느냐?”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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