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30>京(경)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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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경)’에는 ‘창고, 크다, 높다, 조(兆)의 1만 배’와 같은 의미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의미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甲骨文(갑골문)의 ‘京’은 ‘높은 지대에 세운 큰 곡식 창고’를 나타낸다. 곡식 창고는 습기가 차면 안 되며 쥐가 들어와서도 안 되므로 평지에 흙을 높게 쌓고 그 위에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京’의 일차적 의미는 ‘창고’가 된다. 이 창고는 높은 곳에 크게 지었으므로 자연히 ‘높다, 크다’라는 의미도 갖게 된다. 창고에는 수많은 곡식이 있다. 이러한 곡식의 낱알을 중국인들은 많은 수로 생각했고, 이에 따라 ‘兆(조)의 1만 배를 나타내는 數(수)’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또한 창고와 같은 큰 집이 많은 곳은 ‘서울’이 된다. 영어에서 서울을 나타내는 ‘capital’도 원래는 큰 건물의 기둥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이를 보면 동서양의 서울은 모두 큰 건물의 소재와 관련이 있는 셈이다. ‘景(경)’은 ‘京’ 위에 ‘日(일)’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이는 창고 같은 큰 건물 위에 해가 떠있는 모양을 나타낸다. 큰 건물 위에 해가 있으면 큰 그림자가 생길 것이고, 그림자는 햇빛에 의하여 생긴다. 따라서 ‘景’에는 ‘그림자, 햇빛’이라는 의미가 있다. ‘掠(략)’은 ‘手(손 수)’와 ‘京’이 합쳐진 글자이다. ‘手’는 손으로 하는 어떤 행위를 나타내므로 ‘掠’은 ‘창고에 대하여 손으로 하는 어떤 행위’이다. 이 행위는 곡물을 훔치는 행위가 된다. 따라서 ‘掠’은 ‘약탈하다, 노략질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鯨(경)’은 ‘魚(고기·어)’와 ‘京’이 합쳐진 글자이다. 이는 ‘창고처럼 큰 고기’라는 뜻으로서 ‘고래’를 나타낸다. 우리말에서도 큰 집을 ‘고래 등 같은 집’이라고 하며, 고래를 의미하는 영어 ‘whale’에도 ‘크다, 대단하다’라는 뜻이 있는 것을 보면 동서양 사람들의 고래에 대한 인상을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 이름에 많이 사용되는 ‘璟(경)’은 ‘玉(옥)’과 ‘景’이 합쳐진 글자이므로 ‘옥이 해처럼 빛나다’라는 뜻을 갖는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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