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 강제징용 前에도 한인 노무자 관리 개입

  • 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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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그동안의 주장과 달리 1944년 강제징용 이전에도 한국인 노무자 관리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발견됐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진상규명위원회는 19일 “조선총독부가 1941년 홋카이도(北海道) 스나가와(砂川) 시 미쓰이(三井) 탄광에 근무하던 한국인 노무자들에게 재계약을 독려하는 편지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이전에 일본으로 간 한국인 노무자는 일본 기업과 자발적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들의 피해에 대해 책임질 일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 정부가 1939∼1943년 일본의 탄광 등지에서 일할 노무자들을 모집하거나 알선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등 강제동원을 시사하는 자료들이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이들의 노무 관리에 개입한 사실을 입증하는 문건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총독부 명의로 1941년 10월 1일에 발송된 이 편지는 ‘1939년 일본으로 간 노무자는 계약기간이 끝날 때가 됐으나 재계약을 맺고 계속 일하는 것이 훌륭한 황국신민(皇國臣民)이 되는 길’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편지는 또 홋카이도 탄광 등지에서 자주 발생했던 한국인 노무자의 무단이탈이나 노동쟁의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면서 한국 가족을 일본으로 이주시킬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 편지는 1940년부터 미쓰이 탄광에서 근무하다 1942년 사고로 숨진 이봉옥(李鳳玉·사망 당시 34세) 씨가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유품과 함께 유족에게 전달됐다. 이 씨의 아들 영수(英洙·72) 씨는 최근 이 편지를 진상규명위에 전달했다.

진상규명위 한혜인(韓惠仁) 조사관은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전 한국인 노무자의 모집, 알선, 송출과 관리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입증됨에 따라 한국인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범위가 확대되고 소송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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