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 입력 2006년 2월 1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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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제임스 E 매클렐란 3세, 해럴드 도른 지음·전대호 옮김/624쪽·2만9000원·모티브

이 책을 읽는 독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구석기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는 200만 년의 인류 역사에서 기술과 과학이 어떻게 탄생하고 변모해 왔는지 교양 역사서로 읽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과학과 기술이 맺은 관계의 변화가 문명 발전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읽어 내는 것이다.

세계역사학회(WHA) 최고도서상을 2000년에 수상한 이 책은 호모하빌리스(도구적 인간) 이후 인류의 과학기술문명사를 4단계로 나눠 접근한다.

첫째는 불의 이용, 방직과 도기 기술, 농업과 사육, 야금기술 그리고 도시문명의 탄생을 이끈 시기다. 이 시기 인류 6대 문명은 신석기시대 농업혁명 이후 인구 급증을 감당하기 위한 대규모 관개농업 기술과 도시의 발달에 힘입었다. 이는 중앙집권적 제국의 이익을 위한 실용적 지식의 산물이었다.

둘째는 진정한 과학의 탄생을 낳은 ‘그리스의 기적’이다. 그리스는 문명의 변방에 있었지만 만물의 근원을 고민했고, 신화적 해석에서 벗어나 자연법칙을 탐구하는 자연철학을 낳았다. 그러나 이는 3세기를 전후해 쇠퇴했고 이후 과학기술의 진보는 그리스 자연철학을 부활시킨 아랍제국과 독자적 과학기술문명을 구축한 중국제국을 통해 이뤄졌다.

셋째는 유럽의 과학혁명이다. 중세를 거치며 신석기시대 생활 모습을 유지하던 유럽이 16, 17세기 갈릴레이로 대표되는 천문학, 베살리우스의 인체해부학, 뉴턴의 물리학 등을 낳을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고밀도 농업 방식과 도시 문화의 발달 덕분이었다.

마지막으로 18∼20세기 서구 주도의 과학기술혁명이다. 산업혁명을 낳았던 증기 기술과 전기학, 열역학, 운동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 등 과학과 기술의 결합이 낳은 고도문명화에 대한 설명이다.

인류 역사에서 기술은 과학에 선행했다. 인류 고대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기술은 실생활의 필요 때문에 고안됐을 뿐 자연에 대한 추상적 연구의 결과물은 아니었다. 이후의 수많은 제국은 한결같이 실용적 기술을 우대했다.

그리스의 기적은 제국에 고용된 익명의 관료로서가 아니라 독립적 개인으로서 과학에 천착한 학자들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독창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도 이론적 과학은 우대하면서 실용적 기술을 천시한 한계를 지녔다.

과학과 기술이 샴쌍둥이처럼 인식된 것은 19세기를 거치면서였고 연구(과학)와 개발(기술)을 하나의 개념으로 녹인 ‘R&D’가 등장한 것은 20세기였다. 결국 실용적 기술만 우대하거나 추상적 과학에만 매달린 문명은 쇠퇴했고 양자를 긴밀하게 연결한 문명이 세계사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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