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록 1세대 ‘델리 스파이스’ 2월 6집 발표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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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된 그룹’쯤으로 표현하면 알맞을까. 3인조 모던 록 밴드 ‘델리 스파이스’ 말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며 몽롱하게 귀를 간질이는 ‘차우차우’(1997년)부터 상큼한 레몬주스 같은 ‘가면’(1997년), ‘뚜빠뚜빠띠’(2001년), 모범생 같은 록발라드 ‘고백’(2003년)까지 그룹 결성 11년째를 맞았지만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전화 모뎀’처럼 느리다. 그들의 음악 시계는 데뷔 때 모습 그대로 박제된 채 째깍거린다.》

한국의 인디 록 음악 1세대라 할 수 있는 ‘델리 스파이스’가 다음 달 14일 6집 ‘봄봄’을 내놓는다. 23일 오후 이들을 만나 보니 생체 시계만큼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듯했다. 리더 김민규(35·기타)의 이마에 파인 골, 윤준호(36·베이스)의 턱수염, 미소년(?) 최재혁(31·드럼)의 눈가에 잡힌 주름까지…. 서글프지만 이들도 어느덧 30대였다.

“당연하죠. 나이를 열한 살 더 먹었으니…. 젊었을 때만 해도 아무거나 잘 먹었는데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유기농 야채 위주로 먹죠. 하하.”(윤준호)

“데뷔 초만 해도 ‘인디 록 밴드’라 하면 ‘외계인’ 취급을 했었는데 지금은 음악 환경이 너무 좋아졌어요. ‘워크맨’에 테이프 끼워서 녹음 버튼 누르고 연주하던 시절이 가물가물합니다. 모든 게 풍부해졌지만 문화의 희소성이 없어져 아쉽기는 해요.”(김민규)

3년 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은 그 어느 때보다 ‘델리’ 3형제를 설레게 한다. 지난해 7월 결성 10주년 기념 공연 이후 발매되는 첫 음반이자 앞으로의 10년을 계획하는 의미가 담긴 앨범이기 때문이다. 2003년 5집 발매 이후 김민규는 솔로 프로젝트 그룹 ‘스위트피’의 2집 음반을 발표했고, 윤준호와 최재혁은 피아노 록 밴드 ‘오메가 3’를 결성하는 등 ‘외도’ 후 발표하는 첫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들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새삼 깨달았다”며 웃었다.

“개별 활동 후 전보다 결속력이 강해졌어요. ‘델리 스파이스’ 전체로 본다면 재충전 에너지가 흐르고 있는 거죠.”(김민규)

6집 음반의 콘셉트는 ‘미리 맞는 봄’이다. “봄 햇살처럼 따뜻한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는 김민규의 말처럼 밝고 희망적이다. ‘봄’을 두 번 붙여 리듬감도 살렸다.

타이틀 곡 ‘미싱 유’는 5집 타이틀 곡 ‘고백’의 연장선에 있는 록 발라드 곡으로 최재혁이 일본 소설 ‘낙하하는 저녁’을 읽은 후 ‘그리움’을 주제로 만든 곡이다. 또 앨범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시아누크빌’은 김민규가 지난해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이란 곳을 여행하며 느낀 점을 발랄하게 표현한 곡. 윤준호가 만든 ‘꽃잎 날리는 길을 따라’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고 느낀 감동을 ‘봄’을 주제로 형상화해낸 것이다. 시대 비판 같은 거대 담론 대신 삶에서 느낀 솔직한 감정을 노래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델리 스파이스’는 “중후한 그룹이 되려면 아직도 10년은 더 있어야 된다”며 웃는다.

“음악이 패스트푸드처럼 바로바로 생산되고 인터넷에서 도토리 몇 개로 노래를 살 수 있는 시대지만 우린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요. 늘 ‘이번이 마지막 앨범이다’라는 심정으로 음악 하는 것, 그뿐이에요. 아직도 우린 ‘신인’인 걸요.”(최재혁)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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